광화문서 60km 개성공단 가보니 “야윈 주민들…”

  • 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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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공장 방문한 南 기업인들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남측 상공인 200여 명이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의 신발 제조업체를 방문해 북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신발공장 방문한 南 기업인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남측 상공인 200여 명이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의 신발 제조업체를 방문해 북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서울 광화문에서 북한 개성공단까지의 거리는 약 60km. 자동차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현재 남북은 이곳에 총 800만 평 규모의 공단과 1200만 평 규모의 배후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2만8000평의 시범단지에는 이미 지난해 2월부터 15개 남측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7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등 200여 명의 상공인이 대형버스 6대에 나눠 타고 개성공단으로 향했다.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를 취재하려는 기자들도 시찰단과 동행했다.

남측과 북측의 출입사무소(CIQ)에서 세관·출입국관리·검역 절차를 밟느라 차에서 내렸다 타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가 돼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 경제통일, 아직은 먼 길

개성공단은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측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를 결합해 ‘작은 경제통일’을 이루는 시험대 같은 곳이다.

북측 인력의 한 달 임금은 약 60달러(약 6만 원). 남쪽 인건비의 30분의 1 수준이다. 한국토지공사가 분양하는 공장부지 가격도 평당 15만 원으로 남쪽 지방공단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장을 직접 둘러보니 이곳에서 기업하기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의 질. 7개월 전 이곳에 입주한 화장품 케이스 제조업체 태성하타 유남열 부장은 “외국인과 달리 말이 통하고 기술 습득 속도도 빠르지만 노동생산성은 남측의 50∼60% 수준”이라며 “인력 선발권이 없어 북측이 보내 준 인력을 무조건 써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물자를 남쪽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도 남쪽에서보다 20∼30% 많다. 이로 인해 공장 건설비용이 남측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들었다. 신발제조업체 삼덕스타필드 관계자는 “원자재를 부산에서 싣고 와 제품을 만든 뒤 다시 부산으로 가져가야 해 물류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시찰단으로 방문한 정하석(鄭夏石)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은 “중국 산업단지는 개성에 비해 땅값이 절반 이하고 물류비와 공장 건설비 부담도 훨씬 적다”며 “노동집약적인 업종이 아니라면 개성공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광지로는 매력 적어

버스를 타고 개성 시내로 들어섰다. 1960년대 한국을 영화 세트장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건물 곳곳에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 부자를 칭송하는 글들이 붙어 있었다. 길가에서 마주친 주민들은 검게 그을리고 여위어 있었다. 동승한 북측 요원은 시내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했다.

버스가 정차한 호텔 오찬장에는 20여 가지 개성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맛은 괜찮았다. 식탁에 앉은 한 기업인은 “헐벗은 주민을 보고 식탁에 앉으니 마음이 아파 밥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식사 후 들른 고려민속박물관은 진품과 모조품이 섞여 있었다. 시설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한 기업인은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하는 금강산과 달리 개성은 시내 관광 중심이고 볼거리도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내 관광을 마치고 버스는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남측 기업인들은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꿈꾸며 개성공단으로 향했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기업하기 좋고 편안하게 관광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개성=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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