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인권특사 “美, 탈북자에 곧 난민지위 부여”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코멘트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만난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 그는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인권특사직을 맡고 있다. 뉴욕=김승련 특파원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만난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 그는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인권특사직을 맡고 있다. 뉴욕=김승련 특파원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22일 “미국 정부가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해 미국에 체류하도록 하는 정책을 곧 시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이날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탈북자 가운데 제3국에서 인신매매의 대상이 된 여성과 어린이가 난민 지위 부여의 우선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행정부는 2004년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난민 지위를 신청한 탈북자에게 일정한 검토 과정을 거쳐 신속히 난민 지위를 부여하도록 했지만,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단 1명의 탈북자도 난민 지위를 받지 못했다.

그는 “미국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미국 영토에 받아들이는 일은 명예로운 일”이라며 “난민 지위 부여 문제가 성사되도록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6자회담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낮은 자세를 유지해 온 느낌이다.

“사실과 다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에 도덕적으로 모호해 본 적이 없다. 북한에 사악함(evil)이 파고들었다는 점, 그래서 정치범수용소에서 정치 살인이 지속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산(2400만 달러) 배정이나,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일에 진척이 없다.

“미국은 난민 수용 절차를 앞당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하고 있다. 탈북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북한 정보원(agent)이나 미국에 안보 우려를 일으킬 사람이 포함되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를 갖고 있는 탈북자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특정 정보 보유자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우선 인신매매의 대상이 된 여성과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정권의 성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 정권의 근본적 속성이 바뀔 것으로 보나.

“정권 교체는 미국의 정책이 아니다. 나는 북한의 자국민 정책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자국민을 어떻게 보고, 대우하는지가 정권의 성격을 말해 준다. 북한 주민들이 권력자의 성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상황이 온다면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을 앞당기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국은 대북 경제투자, 인도적 지원을 통해 형성된 엄청난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북한의 더 큰 변화를 부를 수 있었다. 지금도 개성공단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북한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임금의 정상적 지급 등의 문제에 한국 정부가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을 연계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있었다.

“한때(내가 두 사안을 연계해야 한다고 보도된 것은) 나를 잘못 이해한 일이다. 연계냐 아니냐보다, 식량이 배고픈 주민에게 정확히 지원됐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규모의 식량을 지원했다. 그러나 그걸 북한 군부가 전용하고 암시장에 내다판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미국은 식량 및 의료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의사가 있다.”

―빵과 자유의 논란이 있다. 며칠 전 벨로루시 선거는 자유보다는 빵을 선택했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의 진보그룹 역시 ‘배고픈 사람에게 자유를 논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한다.

“벨로루시 국민은 자유보다 빵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러나 한 사회는 자유라는 핵심 요소가 없으면 오래 지탱되기 어렵다. 독재자가 당장은 국민을 먹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날 딴마음을 먹으면 그뿐 아닌가.”

그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북한인권대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장관급 인사와의 면담이 불발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인권특사와의 면담을 회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한국 정부가 당신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는데….

“당시 서울에서 한국 관리를 여럿 만났다.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

그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3회 북한인권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5월에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의회를 방문해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욕=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