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어 이번엔 ‘이명박 테니스’ 소용돌이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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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 중 ‘황제테니스’ 논란으로 조기 귀국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거리응원에 참가해 시민들과 함께 ‘V’자를 그리며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방문 중 ‘황제테니스’ 논란으로 조기 귀국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거리응원에 참가해 시민들과 함께 ‘V’자를 그리며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을 둘러싼 ‘테니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시장이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18일 귀국해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2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설 예정이다.

▽‘황제테니스’ 논란=테니스장 위탁운영자인 한국체육진흥회에 따르면 2003년 4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예약자인 당시 서울시테니스협회 회장 S 씨가 “시장님이 토, 일요일 언제라도 오셔서 운동을 할 수 있게… 전 영업시간을 일반회원의 사용을 전적으로 배제한 채 독점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고, 진흥회는 이에 맞춰 시설을 운영해 왔다.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단 4시간이었던 협회의 예약시간이 2003년 4월을 기점으로 토, 일요일 전 영업시간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후 시장 비서실 측은 주말 며칠 전에 미리 전화를 걸어 이 시장의 사용시간을 예약해 왔다. 이 시장 측이 스스로 일정을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서울시 측은 “이 시장은 초청을 받아 주말 생활체육 차원에서 운동을 해왔으며 초청 대상에 이 시장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을 위해 협회 측이 전 국가대표를 포함한 테니스 선수들을 주말에 대기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시장이 유명 선수들하고만 경기를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용료 정산 잡음=이 시장은 그동안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51회, 153시간을 이용했다. 초청이기 때문에 시간당 3만∼4만 원인 사용료를 그때그때 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용료 시비가 불거지면서 이 시장은 자신이 친 부분, 즉 153시간에 해당하는 600만 원을 뒤늦게 지불했다. 나머지 금액 2000만 원은 서울시테니스협회 이사 등이 납부했다.

사실상 이 시장을 위해 주말 전체 시간이 예약됐는데 이를 다른 사람이 낸 것은 대납(代納)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서울시는 “나머지 시간대의 이용료 정산은 이 시장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내테니스장 편법 건립=다음 달 말 완공 예정인 ‘잠원 실내테니스장’(서울 서초구 잠원동 71-10·코트 3면) 부지는 도시계획시설상 학교용지다.

체육시설을 지으려면 학교용지 해지 절차를 밟아야 하나 서울시는 “이곳에 학교설립 계획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시장이 직접 결재한 ‘실내테니스장 종합건립계획’에 따라 ‘가설건축물’이라는 편법으로 건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담장을 같이하고 있는 반원초등학교의 경우 가건물을 지어 이용할 정도로 학생수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근 경원중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기업인인 S 씨의 로비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서울에만 20만 명에 달하는 테니스 동호인들의 실내테니스장 건립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었기에 건립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잠원 실내테니스장 운영자 선정에 시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직접 해명이 불가피하다. 서초구가 공개모집을 통한 운영자 선정을 추진하자 서울시는 서울시체육회가 운영자가 돼야 한다고 공문을 보냈고, 재차 직원을 서초구로 보내 ‘시장의 뜻’이라며 수용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

▽여당의 정치쟁점화=열린우리당 이규의(李揆義)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시장이 남산테니스장 이용을 주선한 인사와 1년 8개월 동안 같이 테니스를 쳤으면서도 이번에 그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는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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