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당대회 D-4]“차기주자 누구냐” 후끈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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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강원 춘천시 시민회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 강원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유재건 현 당의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정동영 김근태 조배숙 임종석 후보(왼쪽부터) 등이 당원들의 환호에 함께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13일 강원 춘천시 시민회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 강원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유재건 현 당의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정동영 김근태 조배숙 임종석 후보(왼쪽부터) 등이 당원들의 환호에 함께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열린우리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우열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막판 변수가 있을지 주목된다. 당내에서는 ‘빅2’인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후보 진영이 전대 2, 3일을 앞두고 지지 대의원들에게 타 후보에 대한 배제 또는 연대투표 ‘특명’을 내릴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의원 1인이 2명의 후보를 찍는 ‘1인 2표제’여서 후보 간 합종연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열돼 가는 당내 분위기와는 달리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도와 정치 혐오 등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

▼막판 7분 연설 변수▼

각 후보 캠프는 18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당일 후보당 7분씩 주어지는 짤막한 연설이 대의원 표심에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만2100명 대의원 상당수가 이미 표심을 정했다고 하지만 당일 연설 분위기에 따라 5∼10% 정도는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더구나 2순위 투표에 대해서는 “투표 당일 연설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대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화려한 언변이 강점인 정동영 후보는 각종 통계를 외워 연설에 활용하고 있다. ‘재래시장 1200여 개’, ‘비정규직 48.8%’라는 식으로 각종 통계를 인용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연설 말미엔 항상 “5월 31일 밤 지방선거에 출마한 우리당 후보들의 가슴 가슴에 붉은 장미꽃을 직접 달아드리겠습니다”라고 톤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연설 전문가를 영입해 시선처리, 단어선택, 목소리, 제스처 등까지 조언을 구하고 있는 김근태 후보도 최근 부쩍 실력이 늘었다는 평가다. 김혁규 후보는 ‘송대관 스타일’이다. 연설 도중에 “김혁규”를 연호하면 “이왕 할 것 좀 화끈하게 해주이소”란 식으로 입담을 풀어내는 식이다. 반면 김두관 후보는 “연설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진정성을 살펴달라”고 호소한다.

▼고건-강금실 구애전▼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와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구애전도 전당대회의 변수다. 구애전의 배경엔 정동영 후보의 ‘대세 굳히기’와 김근태 후보의 ‘막판 뒤집기’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김근태 후보 진영은 아예 이번 전당대회를 ‘정동영의 개인기’와 ‘김근태-고건 연합군’의 구도로 규정했다. 김 후보와 고 전 총리의 회동 이후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 정, 김 후보 지지율이 각각 26.9%와 23.3%로 차가 3.6%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김 후보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정 후보가 강 전 장관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입당 절차를 논의했다는 주장을 편다. 이런 빅 2의 과열된 러브콜에 대해 당내에선 “어쩌다가 우리가 고건, 강금실에 목을 매는 처지가 됐느냐”란 넋두리도 나온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둘러싼 공방도 한창이다. 임종석 후보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데 대해 김영춘 후보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폭력정당(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은 끔찍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11일 유종필(柳鍾珌) 민주당 대변인이 민주당 일부 당원들에게 맥주병 등으로 폭행당해 부상한 사건을 겨냥한 것이다.

▼3, 4등은 누가 될까▼

이번 전당대회는 1위보다는 3, 4위 경쟁이 오히려 관심을 모은다.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당 의장 경쟁은 정동영, 김근태 후보가 5∼10% 격차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김두관, 김혁규, 임종석 후보가 나머지 최고위원 티켓 2장을 놓고 경쟁 중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 그야말로 박빙의 혼전이어서 어느 후보도 3, 4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3, 4위에 당선될 경우 곧바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정동영, 김근태 후보가 아닌 ‘제3후보론’이다.

임종석 후보는 40대 재선의원 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재선그룹은 40대 재선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논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는 ‘김근태-김두관’, ‘정동영-김혁규’, ‘정동영-임종석’ 후보 간 연대 기류가 강하다. 김혁규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노선이, 임종석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호남표 지지층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춘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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