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복지장관’ 강행]‘마이웨이’ 黨과 사실상 ‘절연’

  • 입력 2006년 1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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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반대해 왔던 열리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4일 오후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발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병호 최재천 김영춘 의원. 연합뉴스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반대해 왔던 열리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4일 오후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발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병호 최재천 김영춘 의원. 연합뉴스
“나는 내 길을 간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열린우리당 쪽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격적으로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 발표한 것은 ‘마이 웨이 하겠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상 당과의 절연(絶緣)을 선언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해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유 의원 입각 카드 강행은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이후 가까스로 수습 국면에 들어섰던 당-청 관계를 최악의 상황에 빠뜨릴 것으로 보인다.

당내 계파와 무관한 중도성향의 의원을 포함해 다수 의원이 유 의원 입각 반대를 공언하는 상황이어서 그 파문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유 의원 입각 발표 직후 열린우리당에선 당장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진 대목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향후 파장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5일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앞두고 청와대가 군사작전처럼 전격 발표한 것이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속았다는 느낌뿐이다”고 말했다.

또 한광원(韓光元) 의원은 “열린우리당이냐, 유시민이냐에서 우리당은 버림받은 것”이라고 했고, 조배숙(趙培淑) 의원은 “당내 반발 여론을 충분히 전달했는데도 발표를 강행해 다들 황당해하고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5일 청와대 간담회 참석 대상자 21명 중 유재건(柳在乾)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자리는 가지 않겠다”고 불참을 선언했다. 임채정(林采正)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5일 오전 비상집행위원회 결과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당내 계파 간 갈등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유 의원 입각 논란 와중에 유 의원과 가까운 이해찬 국무총리 측과, 유 의원과 소원(疏遠)한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 장관 측 간에 긴장이 고조됐었다. 3일 오후부터는 친노(親盧) 직계 의원들이 유 의원을 옹호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등 세력 다툼이 빚어졌다.

여권 내의 유 의원 입각 찬반 대립은 국정운영 기조에 관한 노선 대립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의 분화를 포함해 정계 개편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개정 사립학교법 강행 처리로 급랭 상태에 빠져 있는 여야 관계 역시 더 악화될 듯하다. 한나라당의 대여(對與) 강경투쟁은 길게는 5월 지방선거 때까지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이날 일제히 “유 의원의 입각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이처럼 당-청, 여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고도 노 대통령이 ‘유시민 카드’를 밀어붙인 것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과 차기 대선구도까지 염두에 둔 수읽기를 마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위부대를 앞세워 국정을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잠재적인 차기 대권 후보군을 늘려놓음으로써 현재의 유력 대권주자인 정동영 전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의원 측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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