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사람 盧곁에”…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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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4년차 진입을 앞두고 2일 단행한 4개 부처 개각은 여권 내 인재 풀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보은(報恩) 인사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일제히 “국민은 없고, 정치적 고려만 반영됐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1·2 개각은 대통령 스타일의 종합판”=노 대통령은 2003년 첫 개각 때 국정 경험이 있는 관료 출신을 중용해 ‘실용인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탄핵사태와 열린우리당의 4·15 총선 승리 이후엔 ‘내 맘대로’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특히 2004년 6월 개각 때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권 정치인의 입각이 시작되면서 ‘정치 내각’의 막이 올랐다. 대통령과 가까운 당-청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장관직을 여권 정치인의 경력 관리용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1·2 개각도 큰 흐름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장관 내정자 4명 모두 노 대통령과 가까운 ‘친위(親衛)형’ 인사들이다.

김우식(金雨植)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1년 6개월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했고,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2003년 3월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대통령의 외교 안보분야 최측근 참모로 활동해 왔다.

정세균(丁世均)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노 대통령과 가까운 열린우리당 인사들이다. 야당 등에서 “국민 참여가 아니라 측근 참여 내각”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은인사 논란도 뜨겁다. 이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돼 사법처리 됐지만 지난해 8월 사면됐고, 두 달 뒤인 10·26 국회의원 재선거(경기 부천 원미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번 장관 발탁으로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과 관련해 그에게 진 ‘빚’을 확실하게 갚은 셈이다.

대학 총장에서 대통령비서실장에 기용됐던 김 부총리 내정자의 경우 지난해 8월 대통령비서실장에서 물러난 이후 입각설이 끊이지 않아 일찌감치 ‘보은 인사’가 예고됐던 셈이다.

세간에선 “장관직이 대권 수업을 위한 ‘징검다리’냐”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각으로 정 의장 등도 자연스럽게 대권 후보군 반열에 오른 것 아니냐”고 말해 개각을 여당 정치인 경력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2월 2차 개각은 지방선거 총동원령?”=청와대는 다음 달쯤 지방선거에 출마할 장관들을 고려한 개각이 또 한 차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지역 경쟁력이 있는 장관은 언제든지 차출하겠다는 메시지다.

장관직이 선거 대비용 감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노 대통령 스스로 지난해 7월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영남 낙선자의 임명직 기용에 대해 “지역구도 해소용”이라고 말해 열세 지역의 인사들을 장관에 기용해 몸집을 불린 뒤 선거에 투입할 수 있음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개각이 국정운영의 필요성보다는 선거 등 정치일정에 맞춰 여권 인사를 재배치하는 ‘정치 종속 변수’로 전락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 왜 ‘독선’ 고집하나=시중 여론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노 대통령의 개인적 스타일 탓도 있지만 집권 4년차라는 시기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집권 후반기 여당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본격화할 권력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가까운 인사들을 내각 곳곳에 전진 배치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

김완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참여정부 4년차를 맞아 각종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인선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의 눈총을 감수해 가면서 굳이 지방선거 공천 상황에 맞춰 또 한 차례 개각을 하겠다는 것도 5월 지방선거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노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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