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보완으론 우려해소 한계”…사학법관련 靑간담회

  • 입력 2005년 12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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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은 23일 청와대에서 종교계 지도자 8명과 간담회를 열고 사학법 개정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회엔 최성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 위원장,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백도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이혜정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한광도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이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은 23일 청와대에서 종교계 지도자 8명과 간담회를 열고 사학법 개정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회엔 최성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 위원장,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백도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이혜정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한광도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이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3일 오후 6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만찬 간담회에선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처리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데 대해 가톨릭과 일부 기독교 측에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참석자 중 최성규(崔聖奎)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김희중(金喜中)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 위원장은 사학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최 회장은 “사학비리 척결엔 동의하지만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며 “교육부는 시행령을 통해서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인데 시행령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김 위원장도 “사학의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민영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만 혹 어려우면 공포를 미루고 국회와 한 번 더 협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계 대표자들도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보다는 ‘선(先)시행 후(後)보완’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

지관(智冠) 조계종 총무원장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고, 백도웅(白道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종교계가 먼저 자정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의한 학교 장악은 여러 가지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학교 현장에는 전교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사단체가 분립돼 상호 견제하고 있는데 이를 앞세워 (반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종교계 일각에서 사학법을 개정할 경우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할 것으로 우려하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사학이) 학생 모집을 거부하는 불행한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정면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한나라 “거부권 행사 안하면 끝까지 투쟁”▼

노 대통령이 이날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불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한나라당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오늘 자리는 대통령이 종교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강요하는 자리였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오늘 만찬은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며 “사학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우려가 불식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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