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염려 안한다” … 與의원들 “심각성 몰라”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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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30일 정세균 원내대표(가운데) 주재로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열고 내년 초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어갈 과도체제 구성문제를 논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 당의장으로 선임됐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은 30일 정세균 원내대표(가운데) 주재로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열고 내년 초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어갈 과도체제 구성문제를 논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 당의장으로 선임됐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지도부 사퇴를 불러온 ‘급변 사태’에 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당-정-청 수뇌부 만찬과 3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염려할 일 아니다”며 낙관론을 폈지만 열린우리당에서는 여전히 비관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정치보다 민생경제 챙기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당의 지적을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면으로 거부한 데 대해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민생경제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석현(李錫玄)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10·26 재선거의 패배는 민생경제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라며 “현 시점에서 민생경제 이상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제세(吳濟世) 의원도 “대통령은 민생 쪽으로 더 가야 하고 스탠스 자체를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원식(禹元植) 의원도 “민생경제만 챙기라는 얘기가 아니고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어젠다가 역시 민생경제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도 그런 인식 속에 집중하고 국민이 그렇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대통령은 경제 다걸기에 나서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지 말고 조금 더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향후 정치 문제는 당에 일임하겠다며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한 데 대해 상당수 의원들은 “대통령이 일단 성의를 표한 만큼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천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은 좋다. 다만 당-정-청 쇄신을 요구하는 소리들이 많으니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쇄신하는지 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개입이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며 “차제에 제도적으로 당과 청와대가 단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당적을 버리고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김동철(金東喆) 의원도 “당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아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웅 의원은 “구체적인 대안이 안 나온 것을 보면 대통령이 혹시나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본 것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 내의 인적 쇄신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포인트를 잘못 짚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가 “차라리 누구누구를 꼭 집어서 쇄신하라고 얘기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데 대한 것.

우원식 의원은 “누구를 꼭 갈고 내쫓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노선과 정책 방향을 쇄신하라는 차원의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당 연석회의 때 대통령 및 당 지도부에 대해 비판발언 했던 의원들의 반응
김동철“당이 중심이 되라는 말은 결국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아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문학진“구체적인 당-정-청 쇄신 방안이 계속해서 나오는지 지켜보겠다.”
안영근“청와대가 입장 표명했지만 관성이 있으니까 과거 같은 일을 되풀이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제도적으로 당과 청와대가 단절돼야 한다.”
오제세“경제 살리는 무슨 뾰족한 수를 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지. 민생경제를 더 살피고 기업을 격려해 주는 분위기를 더 조성해 달라는 게 의원들 뜻이다.”
우원식“대통령이 정치와 경제를 한꺼번에 챙기면 경제 챙기기 추동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좀 더 직시해야 한다. 또 정책방향과 정치노선 쇄신에 더 힘써야 한다.”
이석현“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의 조기복귀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두 분의 힘을 모아 지방선거 이겨야만 대선도 있는 것 아니겠나.”
이호웅“구체적인 대안이 안 나온 것을 보면 혹시나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본 것인지 걱정도 된다. ‘경제 다걸기’ 소리 듣기 싫어하지 말고 조금 더 관심 표명해야.”
정장선“당장 오늘 내일 획기적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겠나.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이런저런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본다.”
조경태“지역주의 극복이나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성“대통령이 의원들의 발언을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인식하지 않고, 참여정부의 회생을 위한 고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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