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APEC 도시’ 부산의 허술한 행정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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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의 모든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통한다.

부산시는 이 회의로 인해 시민 불편이 뒤따를 것이라며 주인의 마음으로 각종 통제와 불편을 감내해 줄 것을 연일 부탁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시정은 시민을 위한 사전 공지나 면밀한 사전 준비가 부실해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21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벡스코 주변 해운로 차 없는 거리 운영을 다음달 20일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관련기관이나 시민단체와 일언반구 협의도 없었다.

차 없는 거리는 매주 토 일요일 벡스코와 시립미술관 사이 길이 700m, 너비 30∼50m의 도로에 차량통행을 통제해 만들어진 문화 공간으로 지난달 10일부터 운영돼 왔다. 벡스코는 다음달 18일 제1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장소다.

시민들은 ‘원활한 행사준비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의 설명에 대해 “한치 앞도 못 보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며 일관성 없는 시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30일 이곳에서 ‘2005 청소년 힙합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었던 해운대구청은 장소를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변경했다.

또 같은 장소에서 22일 열기로 했던 부산지역 3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APEC 반대 부산시민행동’의 ‘문화행사’는 원천 봉쇄됐다. 이 단체는 “시의 이번 조치는 이 행사를 차단하기 위한 것 이었다”며 APEC 반대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단체는 해운대 일대 집회신고에 대해 경찰의 ‘중복으로 인한 불가’ 통보가 잇따르자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체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57개 단체로 구성된 ‘APEC 반대 국민행동’도 집회선점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반 APEC’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에 맞서 15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는 25일 성명에서 “일부 단체의 시위가 부산의 인상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며 투쟁의 장을 접자고 요구했다.

국가적인 대사가 아무 탈 없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민 모두가 똑같다.

건강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질서와 평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몫은 부산시의 책임이다. 대화나 의견수렴 없이 즉흥적인 일방통행식 구태로는 APEC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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