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北 란코프교수 “통치력 약해진 北, 체제이완 진행중”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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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광객이 몰리는 공연 ‘아리랑’은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타임, 슈피겔 등 서방 언론사의 기자 20여 명을 이끌고 최근 북한을 방문해 평양과 개성 등을 돌아본 안드레이 란코프(사진) 호주 국립대 교수는 19일 국민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레닌그라드국립대를 거쳐 1980년대 김일성종합대(조선어문학과)에서 수학한 뒤 ‘북한현대정치사’, ‘스탈린에서 김일성으로’ 등의 저서를 펴낸 북한 전문가로 현재 국민대 교환교수로 있다.

5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17일 서울에 돌아왔다는 란코프 교수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돈이 된다는 판단 아래 아리랑 공연 개방 교시를 내렸겠지만 이는 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찍은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앞 풍경. 중국의 사소한 광고 포스터까지 꼼꼼히 읽을 만큼 북한 주민들은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이 크다. 사진 제공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그는 “아리랑 공연 전 평양 순안공항을 이용하는 국제선 항공기는 하루 평균 0.75편이었지만 지금은 5편으로 늘었다”면서 “쏟아져 들어오는 외부 관광객에 대한 제한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번 방북 기간에 비공식적으로 접촉한 북한 관리들로부터 여러 차례 ‘독일이 통일된 이후 동독 관리들의 운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먼저 다가와 바깥소식에 대해 묻고 관심을 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그는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의 게시판 앞에서 북한 주민들이 중국 광고 전단지를 오랜 시간 정독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1980년대 경직된 북한 분위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란코프 교수는 “북한 정권의 약화된 통치력 아래 서서히 일고 있는 사회적 이완(Social disintegration) 때문”이라면서 ‘돈이 최우선시 되는 부패 풍조가 북한 하급 공무원 사회에까지 퍼져 있다’는 평양 주재 한 고위 외교관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당장 북한이 붕괴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중국의 원조와 올해 기대 이상의 풍년으로 (여력이 생긴) 북한 당국이 다시 예전과 같은 ‘사회 감시’ 체제에 돌입했다”면서 △평양 시내에 있었던 개인 운영 상점들이 다 없어졌고 △배급제가 다시 시작됐으며 △평양 시장에서의 곡식 판매가 금지된 것 등을 실례로 들었다.

그는 또 “남북한의 통합을 위해 북한 내 중상류층의 통일 후 거취 문제(사면 허용) 등에 대해 긍정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통일 후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들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北통일신보 한나라 비난▼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는 최근호(15일 발행)에서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6·25전쟁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을 “6·15 통일시대의 대하에 밀려난 퇴물들의 가련한 넋두리”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북과 남 사이에는 정치 경제 군사 등 각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6·15 시대는 이미 반통일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무덤 속에 처박아 넣은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한 학자(강정구 교수)의 학술적 발언을 물고 늘어져 보안법으로 처형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으니 이런 시대착오적인 망동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이야말로 겨레의 단합과 통일을 가로막는 민족의 원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여옥(田麗玉) 한나라당 대변인은 “북한이야말로 적화통일의 야욕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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