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이상 공무원 직계존비속까지 재산검증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코멘트
김완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28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위 공직자를 인선할 때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완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28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위 공직자를 인선할 때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8일 고위공직자의 검증 대상을 후보자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을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강화된 인사검증 기준의 적용 대상이 3급 이상 공직 후보자까지 확대되는 데 대해 공무원들 사이에선 “공직 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사회에 불어 닥칠 파장=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강화될 경우 공직 사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인사검증의 강화는 공직 사회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검증 대상 확대가 자칫 공직 사회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1급 이상 공무원은 재산 신고 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4급 이상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재산 등록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3급 이상 공직후보자의 직계 존비속 재산에 대해서도 검증의 칼을 들이댈 경우 공직 사회는 아무래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직 사회의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2, 3급 공직후보자에 대해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및 금융 거래내용까지 뒤지겠다는 것은 공직 사회 및 공직후보자군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정문수(丁文秀) 대통령경제보좌관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 청와대의 강공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두 사람의 문제가 현 정부의 도덕성 시비로 번질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없나=현실적으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질 여건을 갖췄느냐는 지적이 많다.

확대된 인사검증 기준에 따르면 검증 대상이 크게 늘어나지만 검증 인력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검증 대상만 대폭 확대해놓을 경우 자칫 검증이 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일부 실무진이 이 같은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 청와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며 “설사 법이 제정되더라도 인사검증은 과거 수준을 크게 뛰어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공직후보자들을 그렇게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며 “또 현실적으로 검증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강화된 인사검증 법안이 상위법인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행정학 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의원은 “선출직과 차관급 이상 공직후보자들에 대해선 ‘알 권리’ 차원에서 엄격히 검증해야 하지만 담당 직무가 제한된 2, 3급 공직후보자의 직계 존비속까지 검증한다는 것은 자칫 ‘친인척 행위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조항과 배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