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압수]DJ정부 국정원장들 이번엔 왜 침묵할까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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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 선거 전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가정보원 도청 문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에서 작성 사실을 자백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김대중 정부 시절 재임한 전직 국정원장들은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국정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이뤄졌다는 발표가 나오자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을 면담하는 등 ‘집단 반발’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당시 “국정원의 실무 직원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이 어설프게 발표부터 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26일 이종찬 천용택 임동원 신건 씨 등 전직 국정원장들은 대부분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신 씨는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언론 보도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이날 변호사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으며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임 전 원장은 전화 통화가 됐으나 보도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사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천 전 원장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의 측근 인사는 “천 전 원장은 1999년 5월 말부터 12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다”며 “예산은 해당 연도 이전에 결정되는 만큼 천 전 원장은 (도청 관련 내용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첫 정보기관 수장을 맡았던 이 전 원장은 통화가 되지 않았으나 한 측근은 “이 전 원장 재직 시(1998년 3월∼1999년 5월)에는 감청장비로 보도된 ‘R-2’나 ‘카스(CAS)’ 등은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일단 8월 김 원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 아니냐”며 “결국 실무적인 차원에서 단편적으로 도청이 이뤄졌다는 정도로 수사를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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