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윤종구]막무가내식 북한… 신뢰회복이 먼저다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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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인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제2단계 4차 6자회담과 평양에서 진행 중인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보면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6자회담은 “경수로를 지어 달라”는 북한의 막무가내식 요구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단계 회담에서 평화적 핵 이용 문제를 들고 나와 합의문 타결을 무산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과 미국이 거부할 줄을 뻔히 알면서도 경수로라는 장애물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북한은 전력도 받고 경수로도 갖겠다는 속셈이지만 미국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경수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핵개발 금지 약속을 깬 ‘믿을 수 없는 나라에 핵 원료를 맡길 순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제안한 전력 200만 kW 공급도 경수로 건설 종료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회담장 주변에선 북한이 정말 협상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과 함께 차라리 일찌감치 휴회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남북장관급회담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14일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느닷없이 한국의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더니 경제협력 속도가 느리다며 투자 장벽을 제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진정으로 대북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투자 장벽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북한에 선뜻 투자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것은 북한의 ‘불확실성’이다.

북한이 현대와 독점사업권 계약을 하고도 상황에 따라 다른 기업에 손을 내미는가 하면, 경협 상대 기업의 경영 문제에까지 간섭하려는 현실 앞에서 어느 기업인들 안심하고 투자에 나서겠는가.

북핵문제든 남북경협이든 상호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대라면 누구인들 ‘거래’를 하고 싶겠는가.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국가는 이제 거의 없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이 스스로의 언행에 책임을 질 것을 당부하고 싶다.

윤종구 정치부 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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