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대통령 입원]여권 쇼크… “호남이 큰일이다”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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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병실앞 대책 논의민주당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 위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 측이 면회를 금지하자 병실 앞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효석 의원, 왼쪽은 유종필 대변인, 가운데 여성은 신낙균 수석부대표. 신원건 기자
민주, 병실앞 대책 논의
민주당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 위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 측이 면회를 금지하자 병실 앞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효석 의원, 왼쪽은 유종필 대변인, 가운데 여성은 신낙균 수석부대표. 신원건 기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0일 돌연 입원한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DJ 입원’은 그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정국변수이기 때문이다.

DJ를 진단한 의료진은 이날 “세균성 폐렴으로 1주일 정도 지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DJ 입원’은 또 하나의 정치적 사건으로 번지는 듯한 양상이다.

▽정치적 파장 촉각=무엇보다 DJ의 입원 자체가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 국가정보원이 5일 DJ 정부 시절의 도청 사실을 발표하면서 여권과 DJ 측 간의 갈등 기류가 증폭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DJ의 입원 자체가 ‘정치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DJ가 퇴임 후 투석을 받은 사실도 몇 달 뒤에 알려졌는데 DJ 측이 입원 사실을 즉각 알리고 나선 것은 심상치 않다”며 “국정원 발표 직후 마음고생이 몸으로 번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정원 발표 이후 DJ 측이 공개적으로 국정원 발표를 주도한 여권에 불만을 토로해 온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국정원 발표 직후 DJ 측 최경환(崔敬煥) 비서관은 “DJ의 심기가 편지 않다”며 DJ의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은 ‘DJ 입원’ 쇼크가 앞으로 호남 민심의 향배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호남권에 DJ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DJ의 입원이 여권에 대한 불만으로 비칠 경우 현 정부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으로 번질 수 있다.

여권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 정권의 기반인 호남권이 무너질 경우 짧게는 10월 재·보선, 길게는 내년 5월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쉽게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긴장한 여권, 흥분한 민주당=열린우리당의 호남권 의원은 “정말 큰일이다. 상당한 파문이 일겠다”며 “이번 국정원의 도청 공개 방식은 너무 미숙했다”고 걱정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을 ‘진사(陳謝) 사절’로 DJ의 병실에 보냈다. 배 총장은 이날 DJ를 만나 “(DJ의) 명예를 꼭 지키도록 하겠다”며 DJ를 달래느라 부심했다.

국정원 발표에 대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했던 민주당은 이날 DJ의 입원 소식을 전해 들은 직후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신낙균(申樂均) 수석부대표와 이낙연(李洛淵) 김효석(金孝錫) 의원, 유종필(柳鍾珌) 대변인 등이 급히 병원을 찾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나이 들어 쇠약해진 노(老)대통령을 입원하게 만들었다”며 “아무리 의리 없고 배려 없는 정치판이지만 정말 너무한다”고 논평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긴장의 청와대… 참모들 긴급회의▼

청와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갑자기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급히 DJ의 병세 파악에 나서는 등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는 일부 참모들을 중심으로 긴급 구수회의를 가진 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김 전 대통령을 문병하기로 결정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측이 입원 사실을 공개하기 직전인 오후 4시 반경 보고를 받고 매우 걱정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근 DJ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실을 공개한 것이 음모론에 휩싸이는 등 DJ 측과의 미묘한 갈등 기류를 의식한 듯 구체적 언급은 피한 채 “쾌유를 빈다”고만 밝혔다.

이에 앞서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이 또다시 올해 2월 청와대가 이번 도청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조 수석비서관은 “올해 2월이나 3월쯤 국정원으로부터 ‘모 언론사에서 대선자금을 취재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를 받았다. 미디어오늘에 이미 보도된 기사 수준이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것 외에는 X파일이니 미림팀이니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비서관은 “도청의 뿌리를 만든 정당이 석고대죄해도 부족한데, 무책임한 주장을 펴는 게 공당으로서 할 일이냐”며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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