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번진 檢-警수사권 갈등…‘팔은 前職따라 굽는다’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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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전면전이 국회로 비화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의 최종 주체인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로비전이 후끈 달아올라 과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두 수사기관의 싸움을 보는 여야 의원들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야와 소속 상임위원회보다는 ‘출신’에 따라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같은 당, 같은 상임위 소속이라도 검사 출신은 검찰을, 경찰 출신은 경찰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법사위(검찰 관할)와 행정자치위(경찰 관할) 소속 의원 간에도 다소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복잡한 전선=한나라당 법사위에 검사 출신이 몰려 있다. 장윤석(張倫碩) 간사, 주성영(朱盛英) 김재경(金在庚) 의원이 검사 출신이다. 이들은 “먼저 정부안이 나와야 한다”면서도 내심 ‘친정’ 쪽으로 팔이 굽고 있다.

장 의원은 “형사소송법 주체는 검찰과 경찰, 법원 등인데 검찰이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 협공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찰을 관할하는 행자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전체적으로 경찰 쪽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검찰 출신은 예외다.

검찰총장 출신인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검사가 전 경찰을 지휘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는 경찰의 수사인력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도 기소권을 놓고 재정신청 등 견제를 받고 다른 권력기관도 모두 인사권을 통해 견제를 받고 있다”며 “경찰 수사권만 통제에서 벗어난 완전한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이지만 정무위 소속인 권영세(權寧世) 의원도 “수사권 독립의 요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검찰을 통해서만 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내용은 헌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한나라당이라도 경찰 출신의 의견은 정반대다. 사법시험 합격 후 경찰에 투신한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형사소송법 196조에는 검찰과 경찰이 상명하복(上命下服) 관계로 규정돼 있다”며 “이제 상호보완과 협력 관계로 변화를 줘야 할 시점에 왔다”고 경찰 수사권 독립을 옹호했다.

또 법사위 소속이면서 판사 출신인 주호영(朱豪英) 의원은 “검사 출신 의원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인사권 독립이 전제돼야 경찰 수사권 문제가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없는 여당=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8명. 이 중 7명이 변호사지만 검사 출신은 한 사람도 없다.

이들은 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수사권 독립’을 이야기하는 의원이 많았다.

법사위 소속으로 변호사 출신인 정성호(鄭成湖) 의원은 “수사 현실상 95% 이상이 경찰 송치 사건이니까 민생범죄에 있어서는 경찰이 나름대로 판단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는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대 교수 출신인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예단을 갖고 어떤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경찰 수사권 독립을 당의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분도 의식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행자위 소속으로 경찰의 요청에 따라 최근 제주경찰서에서 격려 강연을 했던 강창일(姜昌一) 의원은 “경미한 사안의 수사지휘권 등 일정 부분은 경찰 수사권 독립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논리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 합일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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