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현]신임 주미대사가 해야 할 일

  • 입력 2005년 2월 16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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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신임 주미대사가 공식 임명됐다. 홍 대사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한반도 안보가 매우 걱정되는 가운데 주미대사라는 막중한 자리에 취임하게 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의 앞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홍 대사가 임명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신임 주미대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한미동맹 관계를 건강하고 균형된 모습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 공식 선언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지금 상황에서 주미대사는 한미공조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차기 유엔사무총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여러 차례 내비쳤지만 지금은 홍 신임대사 본인의 희망보다는 앞으로 주미대사로서 감당해야 할 임무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가 신임 주미대사에게 바라는 것은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첫째, 한미관계를 지난 반세기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2000년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변하면서 미국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참여정부 출범 무렵 한미관계는 더욱 벌어져서 이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는 걱정과 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국내에선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이라크 파병 문제로 반미 정서가 흐르고 있었고, 9·11테러를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국의 대외정책은 강경 기류를 기저에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 취임 초 국내외 일각에서는 한미 동맹관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때일수록 동맹의 원래 정신으로 돌아가 기초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 우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역시 한미동맹에 바탕을 둔 정책공조다. 한미공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제2기의 화두인 ‘자유의 확산’이 북한에도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부시 행정부에 ‘악의 축’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 부시 행정부가 ‘폭정의 거점’에 ‘자유의 확산’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경우 한반도 안보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핵 문제가 꼬이면 꼬일수록 긴밀한 한미공조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셋째, 한미관계는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군사동맹 이상의 포괄적인 우호관계로 발전했다. 이러한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정부 대 정부의 우호적 관계 못지않게 두 시민사회 간의 이해와 교류가 필수이다. 신임 주미대사는 한미 두 시민사회 간의 건강한 교류를 위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한미관계에서 신뢰가 많이 회복되었지만 이는 정부 간의 신뢰일 뿐 민간 정책커뮤니티 내에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그만큼 두 시민사회 간의 이해의 폭이 넓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미 양국은 2003년 5월의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합의했다. 그 약속은 아직 뚜렷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임 주미대사는 한미관계가 더 포괄적이고 완전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일선에서 조율하는 임무를 띠고 부임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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