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뭉친다]<中>현실참여 공간-조직 확대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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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뉴 라이트’ 운동에 이어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 지식인 선언 그룹’이 출범함에 따라 보수성향 지식인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도와 보수를 포괄하는 범 보수 지식인들이 힘을 합쳐 진보 성향 지식인과 정부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목소리 높이는 ‘정통 보수’=3일 ‘대한민국의 자유·헌법·정통성 수호를 위한 지식인 선언’을 발표한 자유지식인선언그룹은 뚜렷한 보수성향을 드러냈다.

이번 선언은 김상철(金尙哲) 변호사와 문용린(文龍鱗·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등 9명이 지난달 5일 첫 모임을 갖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사회주의 사상과 친북 사상이 만연하는 반(反)지성적 풍토 △북한을 의식한 지나친 대북 유화정책 등을 꼽았다. 이들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보수성향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발기인 100명과 함께 선언문 초안을 만든 뒤 12차례 수정을 거쳐 700여 명에게 e메일과 편지를 보내 동참을 호소했다.

자유지식인선언그룹은 앞으로 발기인대표자회의를 열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할 이론과 정책을 연구하고 홍보하기 위한 싱크탱크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크탱크 구성에 시간이 걸릴 경우 특정 현안에 대해 정례적으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임시기구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또 40, 50대를 중심으로 조직 구성에 나설 계획이다.

▽본격적인 연대 모색하는 뉴 라이트=상대적으로 소장학자들이 중심이 된 뉴 라이트는 개별 단체의 조직화 단계를 넘어 여러 단체를 연대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3월 초까지 뉴 라이트 운동의 이념과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장·중견 전문가들의 싱크탱크인 ‘뉴 라이트 싱크넷’을 출범시키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싱크넷’에는 자유주의연대와 교과서포럼 회원 등 20∼3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싱크넷’은 앞으로 참가자를 40∼5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유주의연대, 교과서포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뉴 라이트 단체들은 3월 말까지 ‘뉴 라이트 네트워크’를 결성하기 위해 계속 접촉하고 있다. 당초 참가 예정이던 ‘기독교사회책임’이 빠지기로 결정한 데 이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도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법률자문 등 외곽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 라이트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한 인사는 “정통 보수 그룹의 등장으로 뉴 라이트 계열의 중도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부각됨으로써 그동안 참여를 망설이던 젊은 지식인들이 뉴 라이트 운동에 더 많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 라이트와 정통 보수의 공통점 및 차이점=총론에서 보면 뉴 라이트와 정통 보수의 주장에 별 차이가 없다. 양 진영은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평등보다는 자유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또 한목소리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좌(左) 편향 정책기조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진보 성향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침묵을 지키던 보수 지식인들의 현실 참여 공간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명성 경쟁에 휘말릴 경우 범보수 진영의 분열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뉴 라이트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올드 라이트’를 비판하면서 중도까지 포괄하는 열린 자세를 보이는 데 반해, 정통 보수를 강조하는 자유지식인선언그룹은 이념에는 혼합이 있을 수 없다며 중도입장을 배격한다. 정통 보수가 국가정체성을 앞세우면서 ‘안티 북한’을 강조한다면 뉴 라이트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더 앞세우는 것도 두 진영의 차이다. 실례로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해 뉴 라이트는 사상의 자유 침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개정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통 보수는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申志鎬) 대표는 “자유지식인선언그룹이 우리보다는 오른쪽에 있는 것 같지만 총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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