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여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 제약하나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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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기밀에 대한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꾼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회 및 당정 협조 업무지침’을 개정해 국회의원의 군사 외교 대북(對北) 관계와 관련한 국가기밀 자료 요구 및 대면(對面) 설명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으로 국가기밀은 국민의 알 권리에서 예외로 치는 게 일반적 경향이지만 이번 조치는 정부가 국가기밀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지나치게 넓혀 놓아 알 권리라는 기본권과의 충돌을 자초하고 있다.

각국은 ‘국가기밀 보호’와 ‘알 권리’라는 상반된 가치가 부닥쳤을 때 국가기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아닌 법원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국가기밀을 구실로 알 권리를 임의로 재단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조치가 국익 수호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사기밀의 경우, 2급 비밀이 22만 건, 3급 비밀이 36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군사기밀 지정이 편의적이고 무차별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불합리한 여건에서 정부의 기밀 자료 거부권이 남용되면 필연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에 중대한 침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03년 9월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제’는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지만 결과는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제약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활성화하겠다는 브리핑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부실하기 짝이 없고 사무실 직접 취재를 금지하면서 기자들은 빈약한 전화취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제도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지적에 정부는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이번 조치도 똑같은 길을 걷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의 언론정책과 ‘알 권리’에 대한 인식이 폐쇄 일변도로 흘러선 안 된다. 그래서는 ‘참여정부’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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