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대폭 물갈이…국정원 차장 전원교체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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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9일 국가정보원 1, 2, 3차장을 모두 바꾼 것은 국정원 개혁 작업이 기대보다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의 경우 해외분야에 정통한 중량급 후임자를 찾지 못해 유임됐다. 고 원장이 시민단체와 함께 추진 중인 국정원 과거사건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단계에 있는 점도 유임의 배경이 됐다.

결국 노 대통령은 고 원장을 유임시키고 3명의 차장을 모두 바꿈으로써 국정원 조직을 일신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셈이다.

해외담당인 서대원(徐大源) 신임 1차장은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의 사위로 정통 외교관 출신. 지난해부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외교특임교수를 맡아왔다. 연세대 총장 출신인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천거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대사직의 일부를 외부에 개방하는 대신 외교관도 유관 기관에 진출시켜 달라는 외교통상부의 요구도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이상업(李相業) 2차장은 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원의 매제로 이미 올해 7월경부터 2차장 내정설이 나돌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 실세의 인척이 정보기관의 국내 파트를 맡게된 데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준택(崔俊澤) 3차장은 1974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30년 동안 대북 부서에서만 일해 온 북한통이다. 이번 인사에 앞서 3차장 산하의 대북전략기획국장도 서훈(徐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의 ‘김보현(金保鉉) 3차장-서영교(徐永敎) 대북전략기획국장’ 라인이 물갈이된 셈이다.

한편 노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를 맞아 다른 권력기관에 대한 후속 인사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내년 4월 임기(2년)가 끝나는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의 후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할 때 2월 말경에는 결정돼야 한다.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 역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3개 권력기관장은 PK(부산 경남), TK(대구 경북), 호남 출신이 1명씩 분점하는 모양새였다. 경찰청장의 경우 또다시 TK 출신인 허준영(許准榮)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후보로 내정됨에 따라 지역 안배 문제가 검찰총장, 국세청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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