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4인 대표회담 진통]“먼저 양보하라” 한밤 힘겨루기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10분


코멘트
與野 묘수 찾기 골몰4대 법안의 합의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7일 이부영 의장(왼쪽 사진 왼쪽) 주재로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었고,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 주재로 상임운영위원회를 열었으나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한 묘수를 찾지는 못했다. -김경제 기자
與野 묘수 찾기 골몰
4대 법안의 합의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7일 이부영 의장(왼쪽 사진 왼쪽) 주재로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었고,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 주재로 상임운영위원회를 열었으나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한 묘수를 찾지는 못했다. -김경제 기자

여야의 4대 법안 협상이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 여야 수뇌부는 27일 오후 5시 반부터 밤 12시를 넘기면서까지 막판 타협을 시도했으나 끝내 절충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여야가 국가보안법 및 과거사진상규명법과 관련해 일정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룸으로써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남겨놓은 상태다.

▽희비의 변곡점=최대 쟁점인 국보법에서 여야 간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여야는 일단 내용상으로는 ‘국보법 개정’, 형식상으로는 ‘대체입법’이라는 안에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대체입법’이라는 명분을, 한나라당은 ‘사실상 개정’이라는 실리를 택한 셈. 이 때문에 여야가 극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 들어가면서 여야의 협상은 또다시 벽에 부닥쳤다. 불고지죄의 경우 여야가 쉽게 삭제에 합의했지만 정부참칭(2조)과 찬양·고무(7조) 조항에서 여야가 또다시 줄다리기에 들어선 것. 한나라당은 찬양·고무의 경우 목적범으로 하자고 주장했고, 열린우리당은 삭제를 주장하면서 의견이 또다시 맞섰다. 또 반국가단체의 범위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축소를, 한나라당은 현행유지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진상규명법의 경우 여야가 행정자치위에서 잠정합의했던 내용들을 추인하는 형식이어서 쉽사리 합의가 가능했지만 막판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여야 잠정합의안에서 후퇴하는 내용을 다시 주장해 이마저 합의가 쉽지 않았다.

이 같은 협상과정을 종합해 보면 여야가 타협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당내 강경파들을 의식, 막판 줄다리기를 계속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야는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27일 협상안을 최종 추인받은 뒤 극적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막전막후=여야가 이처럼 일정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데는 각당 온건파 중진들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컸다. 일단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움직였다. 이들은 이날 4인 대표 회담에 앞서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를 만나 “(절충안을) 무조건 받으라. 국보법은 과거로 치면 장례를 3년 치르느냐 5년 치르느냐의 문제 아니냐. 무조건 타협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는 것.

이 자리에서 천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했으나 이들 중진들이 천 대표를 강력히 설득해 협상안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회의장 기류도 중반까지는 극적 타협 쪽으로 흘렀다.

특히 초반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협상이 길어진 데다 여야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국보법과 관련, 모종의 절충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은 “참모들이 회의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또 열린우리당 이 의장도 한나라당 박 대표를 따로 만나 정부참칭 조항 삭제는 물론 법안 명칭 개정까지 양보하도록 눈물겨운 설득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에서도 내부적으로 이 선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밤 12시가 다돼 회의장에 들어갔던 유인태(柳寅泰) 의원이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음으로써 다시 비관론이 우세해졌고, 결국 이날 협상은 최종타결을 위한 일보전진의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양당은 특히 강경파들을 의식,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