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하]탈북자 입국을 막자는 건가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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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3일 탈북자에게 지급하는 정착금을 3분의 1로 축소하고 탈북 브로커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탈북자 수용정책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을 발표한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이 차관은 “국내 입국 탈북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기획탈북이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기획탈북과 브로커들에 대한 단속 강화, 정착금 축소, 탈북자들에 대한 입국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 근거로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의 83%가 브로커에게 돈을 줬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올 한 해 브로커에게 흘러간 돈이 6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반대로 한번 생각해 보자.

60억 원이라는 돈으로 절망에 빠진 동포 1500여 명에게 자유와 새 삶의 희망을 안겨 준 것이 잘못된 일인가.

불법 브로커는 안 된다는 주장이라면 정부가 한 번이라도 ‘합법적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탈북자들이 중국에 있는 한국 공관이나 외국 공관에 뛰어들어 한국행을 이뤄 낸 것은 사실 목숨을 건 기획탈북이 얻어낸 결과이지 정부의 노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언제 잡혀갈지 몰라 불안에 떠는 탈북자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마치 법원이나 병원 주변의 브로커 일제 단속 방침을 내놓듯 탈북자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의 태도는 뭔가 석연치 않다.

발표 그대로라면 ‘탈북자 수용정책 개선안’이 아니라 ‘탈북자 차단책’이 되고 말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탈북자들의 10.8%가 범죄 경력자라고 발표하는 정부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 한마디 잘못해도, 금지된 외국영화를 보아도 감옥에 잡혀가는 나라가 북한이다. 이런 북한의 인권상황을 외면한 채 많은 탈북자들이 범죄자인 듯 여론을 만들어서 도대체 무엇을 얻자는 것인가.

사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탈북 정착금을 3분의 1로 축소한다고 하면 납세자인 국민은 항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차관이 정착금 축소 계획을 발표한 바로 그날, 정부는 북한의 과수원 조성사업에 새로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키로 했다.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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