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피해구제법안, 朴정권 윤리법과 비슷”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37분


코멘트
열린우리당이 10월 국회에 제출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의 고충처리인 제도, 언론중재위원회의 권한 강화, 언론피해상담소 설치 등 여러 조항들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협회가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언론피해구제법안 문제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유일상(柳一相·신문방송학) 건국대 교수는 “입법 취지나 일부 조항은 박정희 정권이 1964년 공포한 ‘언론윤리위원회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는 KBS 조직운영팀 이신(李信) 변호사와 임병국(林炳國) 민간언론피해상담센터 실장, 박평욱(朴平煜) MBC 법무저작권부장, 안상운(安相云) 변호사(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김택환(金宅煥) 중앙일보 기획위원, 박선영(朴宣映) 가톨릭대 교수, 김창룡(金昌龍) 인제대 교수가 참가했다.

▽고충처리인 제도=언론사가 사내에 고충처리인을 두어 보도로 인한 피해 조사와 정정 및 반론보도 권고, 보도 및 광고 심의를 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고충처리인을 두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국가가 언론사에 간섭하겠다는 뜻으로 사전허가나 검열의 우회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변호사는 “고충처리인은 언론사 내에서 보도 내용을 실효성 있게 심의하자는 취지일 뿐 검열과는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언론중재위원회=법안에선 언론중재위원회가 민사상 손해배상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보도내용이 국가적 사회적 법익에 위반되는지 심의해 언론사에 서면으로 시정 권고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중재위 산하 민간언론피해상담센터 임 실장은 “국가 사회적 법익은 다양하게 해석될 우려가 있어 중재위가 이를 판단하고 시정권고까지 하도록 한 것은 중재위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재위의 권한을 크게 늘린 반면 전체 중재위원의 5분의 1을 시민단체에서 채우도록 한 것은 중재위의 비전문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피해상담소=박 교수는 “상담소 설치를 문화관광부에 등록하게 하고 운영경비를 보조하게 한 것은 언론을 가해자로 보고 언론피해구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라며 “공직자의 언론중재신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담소가 개인의 피해를 구제하는 민간기구가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가정피해상담소에 국고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법례를 원용해 언론피해상담소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국고 지원을 받는다고 상담소를 정부에 예속된 기관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기타=부당 광고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언론사가 광고주와 함께 지도록 한 조항은 언론사가 특정광고를 싣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 교수는 “언론사가 부당 광고를 실은 것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한 것은 지나친 부담을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피해의 손해배상액을 법원이 산정하기 곤란할 경우 언론중재위가 ‘상당한’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박 교수는 “사법부가 사실관계에 따라 판정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입법부가 ‘상당한’이란 모호한 용어로 규정한 것은 사법권에 대한 침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잔재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