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규명법 문제]친일조사위원 ‘코드 인선’…정치재판 우려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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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위 與野공방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이용희 위원장(가운데)이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뛰쳐나가 저지하고 있다.-김경제 기자
행자위 與野공방
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이용희 위원장(가운데)이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뛰쳐나가 저지하고 있다.-김경제 기자
8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조사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일제 35년간의 친일행위에 대한 조사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는 광복 이후 60년 만에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이은 두 번째 국가기구의 친일행위 조사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의 계획대로 이 법안이 연말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은 즉시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의 위원 추천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초쯤 공식 발족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구성 시점부터 4년(6개월 연장 가능) 동안 친일행위 조사를 벌이게 된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서 진통을 겪은 것처럼, 위원회 구성 과정과 친일행위 조사 또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0년 전의 ‘과거’ 문제로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원회 구성=새해 초부터 위원 몫 배분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대립할 공산이 크다. 법안은 위원 11명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4명, 4명, 3명 추천하도록 하고 있으나 국회 몫 4명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2명씩 나눌 것으로 믿고 있으나, 민주노동당 등 비교섭단체가 1명의 추천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도 동조할 개연성이 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추천 때처럼 상대 당이 추천한 인물에 대한 거부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위원회를 장악해 진상조사를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줄곧 제기해 왔다.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제출한 법 개정안을 실제로 만드는 등 법 개정 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해 온 시민단체 인사들이 위원회는 물론 사무처에 상당수 진입할 경우 조사 과정에 이들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진상조사=조사 대상자가 현행법은 물론 ‘김희선 안’보다 대폭 늘어남으로써 전국적 차원의 조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제 35년간 경찰이나 헌병을 지낸 사람들은 계급에 관계없이 모두 조사 대상이다. 군인은 소위 이상, 동양척식회사 및 식산은행은 지방간부까지 조사 선상에 오른다. 당시 입법 사법 행정부 관리와 상당수 사회 문화계 인사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이 수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조사 과정에서 ‘동네’ 또는 ‘집안’ 차원의 구원(舊怨)이 투서나 진정의 형태로 난무하게 될 부작용도 예상된다. 길게는 100년 전까지 거슬러 가야 하는 특정 사건에 대한 물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 대상이 지방 단위까지 확대된 데다 참고인 동행명령과 실지조사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장 4년 6개월인 조사 기간 내내 파열음이 계속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까지 “국가 분열에 이어 동네 분열까지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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