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회찬의원 공개 문건은 내년 협의예정인 사안”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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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지역역할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제 군사개입’이라고 폭로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사진) 의원이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가 주한미군 지역역할에 합의해 놓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또다시 관련 정부문건을 공개했다.

정부의 대응은 ‘사실 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던 이전과는 달랐다. 미국 측과의 협상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지역역할 변화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미국 측에 대한 ‘동의’나 ‘합의’는 해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정부의 협상전략까지 공개하고 나선 노 의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공개 내용=정부가 주한미군의 지역역할 변경 내용을 충분히 인지했고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이 노 의원의 폭로 요지다. 그가 이번에 공개한 지난해 제4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정부 입장이 기재돼 있다.

‘주한미군의 지역안정에 대한 기여 증대를 지지하며 환영하는 입장. 다만 현 단계에서 그런 변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공론화하는 것은 양국 공동이익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하며, 당분간 이 사안에 대해 로 키(Low Key: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

한국 측 협상대표인 차영구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도 “주한미군 지역역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 이것이 우리 기본입장. 다만 현재 지역역할을 부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우려를 말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미측 요구와 정부측 발언은 사실=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예결특위 답변에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는 다각도의 발언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서 지난해 초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은 빨리 하고 싶어하나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종합해 볼 때 미국측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이 문제를 뒤를 미뤄야 할 협상전략상의 필요가 있었고,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공식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주한미군의 중국 대만 같은 동북아 지역 내 분쟁 개입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관계자들은 “노 의원의 폭로는 주변국가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며 “협상전략 및 주변국과의 민감한 사안까지 다 공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魯의원 기밀취득 어떻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노회찬 의원이 어떻게 국방부의 2급비밀 내용을 잇달아 터뜨릴 수 있을까. 국방부는 일단 노 의원이 ‘예결특위 위원’ 자격으로 요구했던 대면(對面)보고 자료 중 특정 대목을 발췌해 이를 공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노 의원이 세 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대면보고를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비밀이 새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0월경 노 의원의 요구로 국방부 정책실 A 대령이 의원실에 찾아가 대면보고를 했다”며 “발표 내용이 그날 보고했던 내용 그대로라서 당시 비밀을 전제로 했는데도 녹취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현 보안업무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밀문건은 ‘필사’ ‘녹취’ ‘복사’ 등 재생산을 엄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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