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美대선]北核제거-미군감축 누가되든 불변

  • 입력 2004년 11월 2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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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을 부부관계에 비유한다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 대선의 승자와 앞으로 3년여간 ‘궁합’을 맞춰야 한다.

진보적인 참여정부는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대통령보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와 더 어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북핵 문제와 이라크 파병, 한미동맹 재조정 같은 한미 주요 현안별로 곰곰이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후보는 두 명이지만 안보정책은 하나’=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최성(崔星) 의원이 최근 통일부와 외교통상부의 사무관급 이상 직원 1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보다 케리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누가 당선되면 북-미관계가 개선될 것이냐’는 질문에 통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케리’라는 응답이 58%나 나왔지만 ‘부시’는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외교부는 ‘누가 당선되든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61%)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선 역시 부시(1%)보다 케리(37%)의 당선이 더 낫다고 응답했다.

공무원들의 이런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권교체가 단기적으로는 한미관계나 북-미관계의 분위기 전환을 가져올지는 몰라도 구조적 변화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위원장 하영선·河英善·서울대 교수)이 펴낸 정책보고서 ‘2004 미국 대선과 한반도’는 “미국 사회는 대선에서 두 개로 나뉘었지만 안보정책은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나 케리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와 대(對)테러전 수행을 최우선적인 외교안보정책의 목표로 유지할 것이므로 단호한 대북정책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이정훈(李政勳) 교수는 “6자회담(부시)이냐, 그와 병행한 양자회담(케리)의 추구냐는 방법론적인 차이에 불과할 뿐 북핵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제거와 철저한 검증’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미간 현안의 미래는?=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라크 상황의 변화를 위해선 케리가 나은 것 같고, 북핵 6자회담의 지속성을 위해선 부시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가 당선되면 주한미군 감축 시한이 다소 연기될 것이란 일각의 기대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한미간에 감축 규모와 시기를 합의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한미 정부의 관계=대표적인 최악의 ‘궁합’은 박정희(朴正熙) 정권과 지미 카터 행정부였다. 전두환(全斗煥)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은 밀월관계를 보냈는데 한국 정부의 취약한 정통성에도 불구하고 ‘반공’이란 공동의 이념이 한미관계를 이끌었기 때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와는 밀월이었지만, 부시 행정부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앞으로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 등에 대한 한미간 인식 격차 등을 줄여 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과 협의는 하되 결국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협의된 일방주의’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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