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한나라 ‘4대법안’ 격돌 예고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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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17일 확정한 4대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저지투쟁과 대안제시를 병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전면적 충돌이 예상된다. 각 법안의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국보법 폐지 與, 격론끝에 386의원 지지案 채택

열린우리당은 17일 3시간여에 걸친 난상 토론 끝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의 내란죄를 보완하는 형법보완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날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성향의 젊은 의원들과 관료 출신의 보수적인 장년층 의원들 사이에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당론 확정 과정=국방장관 출신의 조성태(趙成台) 의원은 “국민의 70%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고,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수용해야 한다”며 대체입법을 주장했다. 충북 충주시장 출신의 이시종(李始鍾) 의원도 “논리적으로 보면 형법 보완이 맞아도 국민감정법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감정법으로는 보완입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우원식(禹元植) 유승희(兪承希) 의원 등 진보 성향 의원들은 대체입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 의원은 “우리 당 지지자들의 정서와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이 중요하다. 당의 정체성은 형법 보완”이라고 말했다. 당내 중진급인 유선호(柳宣浩) 의원도 “비슷한 법을 다시 만들려면 뭐 하러 폐지하나. 그냥 개정하지”라고 주장했다.

결국 30여명의 난상 토론과 표결을 거쳐 결국 1안이 형법보완안으로 결정됐다.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형법보완이냐 대체입법이냐, 아니면 한나라당과의 협상과정에서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형법보완안과 대체입법안을 지도부가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놓고 다시 논쟁을 벌였다.

당내 중진인 배기선(裵基善) 의원과 경북대 총장 출신의 박찬석(朴贊石) 의원,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원장 등은 “우리 당이 갈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말고 1안과 기타 안을 지도부에 위임하자”고 주장했으나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이 자리에서 결정하자”고 맞서 토론이 계속됐다.

결국 윤호중(尹昊重) 유시민(柳時敏) 의원 등이 1안으로 하되 “야당과의 협상 통로를 열어놓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어 천 대표의 “1안으로 합시다”라는 제안에 만장일치의 박수를 보내 당론을 확정했다.

천 대표는 “20일까지 민주노동당, 민주당과의 논의를 거쳐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형법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야당과의 협상 통로는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입장=한나라당은 국보법 폐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각론에 있어서는 현행 국보법의 핵심인 ‘정부참칭’ 조항을 없애는 데는 큰 반론이 없지만 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적화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 6, 7, 8조를 없앨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0조 불고지죄도 형 면제 대상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과거사 규명법 좌익-친북세력 활동 포함여부 신경전

열린우리당은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라는 과거사 기본법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 법안에 따라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해 △1945년 광복 때부터 6·25전쟁 전후까지 발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1948년 건국 이후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등을 조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6·25전쟁 전후의 양민학살 사건,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일제 및 권위주의 정권의 강압에 의해 왜곡되거나 규명되지 않은 항일독립운동사는 친일진상규명법이나 국가보훈처의 업무로도 규명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제외시켰다.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국무회의 및 국회 출석권과 발언권이 있고 관련기관에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기관이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검찰에 압수수색 검증 영장 청구를 의뢰하고 동행명령 거부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은 더 논의키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현대사정리기본법’을 내놓았다. 이 법은 북한 정권, 좌익세력의 테러,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와 민주화운동을 가장한 친북 이적활동을 조사 대상에 명시했다. 또 조사기구로 학술원 산하에 ‘현대사조사연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 ‘비판언론 겨냥 점유율 규제’최대쟁점

신문법 언론피해구제법 방송법 개정안 중 신문법의 각종 독소 조항을 놓고 여야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겨냥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조항을 신설한 것이 최대 쟁점. 열린우리당은 일간지 중 1개사의 점유율이 전체의 30% 이상, 3개사의 점유율이 전체의 60%를 넘을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공정거래법상에도 1개사 점유율 50%, 3개사 점유율 75% 이상일 경우에만 사업지배적 사업자로 보는데 정권이 언론 장악을 위해 맘대로 기준을 강화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은 일간지의 매해 구독료, 주식의 지분 총수 등 경영자료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토록 했다. 이에 한나라당 언론특별대책위원장인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정부가 경영 관련 정보를 장악해 영향을 미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문화부 장관이 정부출연금 등에서 조성한 신문발전기금으로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제외한 일간지 등과 인터넷 매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언론을 편향 지원하려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 밖에 광고 제한 및 무가지 배포 금지 조항에 대해 한나라당은 “신문시장 특유의 마케팅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사립학교법 개정 ‘교사-학부모 재단이사 추천권’논란

개방형 이사제도 도입 여부가 우선 쟁점으로 꼽힌다. 열린우리당은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재단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을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의 사외이사 제도를 준용한 것으로 재단의 독점적인 학교 운영에 따른 폐단을 줄이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사학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며 학교운영위의 이사 추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은 교사회 및 교수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교원인사위원회와 교원징계위원회에 3분의 1 이상의 인사를 추천토록 했으나 한나라당은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추천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교사회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의 기능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각각 법제화 및 심의기구화할 방침이나 한나라당은 현행대로 자율기구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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