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核 ‘중동판 北核’ 비화하나

  • 입력 2004년 9월 1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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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내 우라늄 농축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

13일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이사회에서 이란 대표단의 후세인 무사비안 단장이 한 말이다. 지난 1년간 준수해온 ‘우라늄 농축 실험 중단 조치’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마치 북한의 ‘벼랑끝 전략’을 보는 듯한 발언이다.

미국의 태도도 강경하다. IAEA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존 볼턴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경제제재 등 국제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비교적 이란에 우호적인 유럽연합(EU)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빅 3’도 미국의 입장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세 나라는 IAEA 결의안 초안인 ‘유로 3’를 비밀리에 마련해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11월 IAEA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추가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과 닮은 핵 위기 증폭 과정=이란의 핵개발 추진 상황을 보면 10여년 전 북한의 태도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1991년 12월 북한은 한국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다음해 1월 IAEA와 안전보장조치협정을 체결했다.

11년의 시차는 있지만 이란도 지난해 2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테헤란 방문을 허용했으며 10월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충실한 이행 △핵 시설 사찰 허용 △우라늄 농축실험 중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랬듯이 이란의 태도도 1년 뒤 180도로 바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가 득세하자 핵무기 개발 요구와 반미 성향은 더욱 강해졌다”고 9일 보도했다.

이란 재야단체인 이란저항국민협의회(NCRI)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란이 내년에 핵실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폭로했다. 최근의 일이다.

비교적 온건파인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조차 1일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북한보다 더 패권 지향적이고 민족주의 경향이 강해 깨기 힘든 호두”라고 우려했다.

▽제2의 이라크 사태로 비화하나=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해법이 진행 중이지만 최근 이란의 모습을 보면 ‘제2의 이라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지난해 3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꼬투리 삼고 유엔 안보리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2002년 10월 미국은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었다.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도 똑같다. ‘9·11 테러 조사위원회’의 토머스 킨 위원장(공화당)은 7월 22일 최종보고서를 내면서 “이라크보다는 이란과 파키스탄이 9·11 테러에 더 많이 연계됐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거듭되는 ‘선제공격론’ 천명도 이라크를 떠올리게 한다.

이라크 이란 북한 등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펼쳐온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선제공격 독트린’을 정강정책으로 강조했다.

▽미국, 이란 공격할까=미국의 네오콘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에 걸맞게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핵 문제 이외에도 미국에는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오래 전부터 이라크 남부 시아파 무장 세력을 지원해 전후 이라크 혼란의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네오콘의 논객인 찰스 크로새머는 워싱턴 포스트 7월 23일자에 기고한 칼럼 ‘악의 축, 제2부’를 통해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핵무기와 테러리스트, 미사일을 모두 보유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혁명이나 선제공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에 14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언제든지 이란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는 것도 미국엔 유혹이다.

북한과 이란 핵 위기 비교
북한

이란
조지 W 부시 대통령, 2002년 연두교서 통해 북한 ‘악의 축’으로 지목미국과의 관계조지 W 부시 대통령 2002년 연두교서 통해 이란 ‘악의 축’으로 지목
―1974년 9월 IAEA 가입
―1985년 12월 NPT 가입
―1993년 3월 NPT 탈퇴 성명 이후 IAEA 사찰 거부, 1차 핵위기
―1994년 10월 북-미간 제네바 합의 체결
―2003년 1월 NPT 탈퇴 선언
―2003년 2월 IAEA,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핵확산금지조약가입여부 및국제원자력기구와의관계―1970년 12월 NPT 가입. 현 NPT 회원국
―1974년 5월 IAEA 보장조치협정 체결
―IAEA, 우라늄 농축 활동 전면 중단 요구
―이란, 핵 평화적 목적 강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여부 결정 예정(2004년 11월)
핵무기 최대 8개 보유 추정핵 개발 현황늦어도 2007년까지 핵무기 개발 가능 추정
미국의 선제공격 및 침략 의도를 막기 위한 ‘필수적 생존 수단’ 주장개발 동기 및 의도―1980년대 초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막대한 피해 본 이후 WMD 개발 총력
―핵 보유 주변국(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부터의 안보 위협 대비
―미국의 제재에 대한 대응수단


이호갑기자 gdt@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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