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주변 조망권도 논란… 서울시의회 “완화” 조례 의결

  • 입력 2004년 9월 1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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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서 바라보는 조망권을 보호하기 위한 ‘앙각(仰角·올려본 각도) 27도’ 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앙각 27도 규정은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다른 지방자치단체는 500m) 이내에 짓는 건물이 문화재 외곽경계의 일정한 높이(문화재별로 정함)에서 27도 높이로 올려다볼 때 그 위로 나와서는 안 되도록 한 규정. 27도는 사람이 목을 꺾지 않고 앞을 볼 때 시야의 위쪽 상한선을 의미한다.

서울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국가지정문화재 중 왕릉·고분인 경우 (구청장이) 문화재 특성과 입지 여건을 검토해 문화재 보존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앙각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충선(金忠善) 시의원은 “성북구 석관동 의릉(懿陵·경종과 선의왕후의 무덤)의 경우 능 주변 보호구역이 14만평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보호구역 외곽경계에서 다시 100m 주변에 대해 앙각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주장했다.

의릉 주변 동대문구 이문동 주민들도 “획일적인 규제로 재산권이 필요 이상으로 제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문동 주민 5717명은 고층 재건축 허용을 요구하며 수년간 시의회에 탄원을 제출해 왔다.

이에 앞서 행정구역 안에 부동산 문화재가 73곳 있는 종로구는 2002년 “앙각 규정이 도심에 사다리꼴 의 기형 건축물을 양산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실례로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사적 제11호) 옆 C아파트의 경우 앙각 규정 때문에 사다리꼴 모양으로 지어졌다. 아파트 1호 라인은 23층이지만 옆으로 갈수록 낮아져 다른 쪽 끝 라인은 9층에 불과한 것.

한편 서울시는 “예외조항을 만들면 부동산문화재의 조망권을 지킬 길이 없어진다”며 곧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개정안이 다시 시의회를 통과할 경우 대법원에 제소키로 했다.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도 개정안 통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한국영(韓國暎) 문화재과장은 “의릉 한 곳을 위해 법을 고칠 수는 없다”며 “한 곳을 위해 예외조항을 만들면 서울시에 있는 260여개 부동산문화재의 조망권을 지킬 길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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