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분리실험 파장]“6자회담 악영향 줄라” 정부 곤혹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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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우라늄 분리실험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의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한국원자력연구소 정문 앞에 취재진이 몰렸다. 연구소측은 이날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다.-김동주기자
3일 우라늄 분리실험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의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한국원자력연구소 정문 앞에 취재진이 몰렸다. 연구소측은 이날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다.-김동주기자
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 과학자들의 우라늄 분리 실험에 대해 사찰을 벌인 것에 대해 외신들이 ‘정부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서자 외교통상부에 비상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선 한번 잘못 입력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과학기술부가 이날 오후 외신기자단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안이 일부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에 따른 일회성 실험’임을 거듭 강조한 것도 정부 내 긴박감을 반영한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의 오해부터 막아라’=정부는 이번 사안이 2일 공개되기 전에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회원국에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지향점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인데 한국 정부의 비핵화 의지가 의심 받는 상황이 오면 6자회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4강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일본이 이번 일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정부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나 국민이 ‘북한에 이어 한국마저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고 오해할 경우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동맹국인 미국은 이번 일의 과학적 순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주목 받는 한반도비핵화선언=정부는 이번 실험이 ‘남과 북은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는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1992년 1월 20일 체결) 3조 위반이 아니냐는 논란에 연일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회성 실험이고 관련 장비는 전부 폐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북핵 위기는 2002년 10월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 존재를 시인하고, 미국이 이를 ‘제네바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정작 제네바합의엔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가져선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 단 3조에 ‘북한은 비핵화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즉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해선 안 된다는 비핵화공동선언을 어기는 바람에 공동선언의 준수를 규정한 제네바합의도 위반하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북핵 문제의 기본 구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은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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