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쩌다 중국에 이런 홀대 받게 됐나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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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정 거부로 한중 정상이 ‘전면적 협력동반관계 구축’을 약속할 정도로 긴밀해진 양국 우호관계에 걸었던 기대가 무참히 무너졌다. 중국은 외교통상부 아태국장을 통해 전달된 정부의 시정요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지방정부와 (대학교재 등) 출판물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해괴한 변명까지 늘어놓았다.

중국이 한국을 동등한 외교 파트너로, 당당한 주권국으로 대하고 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응이다. ‘큰 나라고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라는 말 속에는 패권주의의 그림자까지 숨어 있다. 큰 나라가 하는 일에 작은 나라는 시비를 걸지 말라는 논리라면 국제사회의 룰이나 외교는 설 땅이 없어진다. 중국이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한 우리는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등급을 낮출 수밖에 없다.

정부가 평소 중국에 어떻게 보였기에 이런 홀대를 받는지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외교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형식적 항의에 그쳐 이번에도 중국이 우리 정부의 시정 요구를 곧 사그라질 불평쯤으로 치부한 것은 아닌가. 중국에 기울었던 집권층도 무색하게 됐다. 대통령은 마오쩌둥을 존경하는 중국 지도자로 꼽고, 열린우리당 의원 다수는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해야 할 외교통상 상대국으로 판단한 데 대한 보답이 이 모양이다.

중국의 시정 거부로 8년 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東北工程)의 방향과 목표가 뚜렷해졌다. 중앙과 지방정부, 대학과 학계, 언론이 주역으로 나서고 있으니 중국 전체가 뭉쳐 계획적으로 역사왜곡에 나섰다고 판단해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중구난방(衆口難防)식 대응, 순간적인 대증요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며 민족의 뿌리를 보호하는 일이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정치권, 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울러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제대로 깨쳐야 한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일방적 ‘친중(親中) 바람’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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