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脫北]냉랭해진 北…‘대화 거부’ 가능성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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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 조문(弔問) 파문, 한국 해군의 북방한계선(NLL) 경고사격, 탈북자 450여명 대거 한국행이라는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남북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4년간 형성된 화해분위기의 근본이 흔들릴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 외교안보당국 관계자들은 최근 사석에서 “남북관계 상황이 심각하다”고 실토하고 있다.》

우선 북한 당국은 다음달 3일 서울에서 열릴 15차 장관급회담을 앞두고 일정합의를 위한 판문점 연락관 접촉에 26일 불응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상부의 지시가 없다”는 것이지만 탈북자 480여명의 대거 한국행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26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간행사에서 북측 인사가 탈북자 문제를 놓고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를 맹비난했다”고 말했다.

북측 인사는 형식상 민간인이기는 하지만 통상 남북접촉에 나서는 북한 민간인이 ‘특수 신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심기를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실제로 지난 1개월간 남북관계는 건설자재 장비 및 쌀 대북 지원과 남북이산가족상봉 등 ‘합의를 깨기 어려운 인도적 사업’을 제외하면 각종 접촉계획이 사실상 모두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입국비자 발급 일시중단(7일) △남북 해운 실무접촉 일방적 연기통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무단 불참을 불사하기도 했다.

북한의 강경한 자세는 한국 정부가 김일성 주석 10주기(8일)를 앞두고 남남(南南)갈등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시민단체의 방북을 불허한 것이 시발이 됐다. 김 주석의 과거행적에 대한 남측 시각이 부정적인 상황에 일부 시민단체의 ‘애도 표시’가 부를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북측 체제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를 몰아붙였다.

또 이달 14일 해군 함대가 서해상에서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한 것도 북측을 자극한 소재였다. 북한이 19일 예정됐던 장성급회담 실무접촉에 예고 없이 불참한 것은 이에 대한 항의 표시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우선 장관급회담 성사 여부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은 북측의 국가 공휴일로 남북접촉이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28일에도 북측이 세부일정 협의를 거부한다면 회담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정동영(鄭東泳) 장관의 데뷔무대인만큼 북측이 회담을 깬다면 상황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철도 건설자재 및 쌀 등 경제 원조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남북관계는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지만 북측이 남측에 구조적으로 의존하는 관계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언론은 탈북자 480여명의 한국행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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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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