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유신협력자·친북세력도 조사해야"

  • 입력 2004년 7월 27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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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향해 연일 '국가 정체성' 공세를 펼치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번엔 '유신(維新) 협력자'와 '친북(親北)세력'에 대한 진상 규명을 거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갖고 "친일진상 규명은 민족 역사 바로세우기이므로 비껴갈 생각이 없다"며 "한나라당은 대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어 "다만 유신 협력자라든가 친북세력 문제도 이제는 함께 다뤄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문제 제기는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6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소개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겨냥한 것.

윤 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에 쓴 글에서 "이철, 유인태 씨같은 사람들이 유신에 항거해 감옥살이할 때 판사 한번 해보려고 유신헌법으로 고시공부한 것이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고백"이라는 노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27일 '대통령도 부끄럽고 뽑은 국민도 부끄럽다'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논리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철저한 유신의 협력자였고, 자발적 조력자로서 유신의 파트너였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유신 협력자' 진상 규명 검토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변인은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권이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을 겨냥해 '유신 독재자의 딸' '유신 정권의 파트너' 같은 표현을 남용하고 있다"며 "그러한 논리라면 자발적으로 유신 헌법을 공부해 판사가 된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유신 시대에 공직을 맡은 사람까지 모두 '유신의 협력자'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어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또 이날 언급한 '친북세력'에 대해선 "친북 반민족 세력이 친일 행위를 조사할 경우 용공(容共)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당내 일부 지적이 있었다"며 "과거를 파헤치는 주체가 친북 반민족 세력이어선 안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당초 친일진상규명특별법엔 '친북 반민족 세력이 친일 행위를 조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이 들고나온 개정안엔 이 조항이 빠져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유신 협력자' 언급에 대해 "듣던 중 반가운 얘기"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이평수(李枰秀) 부대변인은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또 대통령의 말에 유치한 말꼬리 잡기를 하고 있다"며 "민생이 어려운데 왜 자꾸 뜬금없이 갖가지 정체성 얘기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표가 "헌법을 수호하지 않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에 대해 "결국 그거였다. 정권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듣자하니 한나라당이 20대의 51%를 득표하겠다며 소위 '2051'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볼 때 2051년이나 돼야 겨우 집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체 분석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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