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NLL 파문, 청와대 먼저 自省해야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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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건 당시 군(軍)의 ‘허위보고’ 의혹에 대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일부 군 간부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나왔다. 청와대와 군이 대립하는 양상으로까지 확대됐던 사태의 심각성에 비하면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인 결론이다. 이 정도 결론을 내려고 지난 열흘간 그렇게 시끄러웠던가 되돌아보면 허탈감마저 느낄 지경이다.

이제 따져봐야 할 것은 이번 사태가 남긴 후유증이다. 북한의 송신내용이 사후(事後)에라도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점 등 군 보고체계상의 하자는 철저한 자기점검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사기 저하 등 군이 받은 ‘무형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청와대는 내부조사를 통해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군 통수권자에 대한 반발, 국기문란 행위로 몰고 감으로써 사태를 불필요하게 확대시켰다. 그 과정에서 군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일방적으로 군을 다그치기만 했다.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에 대한 공식 항의도 없었으며, 심지어 ‘군이 남북 군사합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까지 나왔다. 이렇게 군 조직을 흔들어 놓고서 유사시 군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군의 사기를 고려해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본다. 청와대와 군이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정상적인 상하관계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서 보다 신중하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불안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군은 문책하더라도 청와대의 잘못은 스스로 고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청와대의 자성(自省)을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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