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갈등 증폭]국방부 ‘이상한 침묵’…靑눈치보기 지적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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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이날 오후 4시47분 NLL 침범 이후 남측 해군 함정을 호출했음에도 NLL 침범 전에 호출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방부가 공개한 ‘14일 남북 함정간 교신상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 경비정은 14일 오후 4시51분부터 4시56분까지 세 차례 남측 함정을 호출해 “지금 내려가는 선박은 중국어선”이라며 “군사분계선을 넘은 남측 함정은 빨리 남하하라”고 송신했다.

그러나 북한은 15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인 안익산 소장(남측 준장) 명의의 대남 전화통지문에선 “14일 오후 4시41∼45분 세 차례 (남측을) 호출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한편 14일 북한 경비정은 당초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리 ‘백두산’(북측 지칭), ‘한라산’(남측 지칭) 등 남북이 사전에 약속한 호출신호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북한의 거짓 주장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항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14일 이후 남북장성급회담 실무대표회담의 개최(19일 예정됐으나 무산)를 촉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냈지만, 이 밖에 다른 내용은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측은 거짓말에 대한 사과는 물론, 남북장성급회담 실무대표회담도 거부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군 일각에선 국방부가 남북관계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서해 핫라인 허위보고’를 조사 중인 정부 합동조사단(단장 박정조 국방부 동원국장·육군 소장)은 14일 해군의 조치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추가조사를 지시한 보고체계상의 문제점에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합조단은 1차 조사결과보고에서 해군 및 합참의 보고와 미보고 상황만을 확인했으나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군 및 합참 수뇌부의 초기상황 및 추후보고조치 이행 여부 △보고를 누락한 실무진의 잘못이 관행적이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조단은 당초 보고누락을 실무자들의 ‘실수’정도로 판단했다”며 “청와대의 추가조사 지시 이후 실무자들을 일일이 면접하며 이들이 보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육군 소장인 합조단장이 해군 소장인 2함대사령관이나 중장급인 해군작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및 정보본부장 등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정부 합동조사단의 추가조사 내용
12함대사령부가 해군작전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보낸 전문(電文)의 시간과 내용
2해작사가 합참에 보낸 전문의 시간과 내용
3해군참모총장 등 해군 지휘부의 초기파악 및 추후조치
4합참 지휘통제실이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보고를 누락한 경위
5대북통신감청부대가 합참 정보융합처에 한 보고 시간과 내용
6합참 정보융합처가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보고를 누락한 경위
7군 정보기관이 추후에 보고누락을 포착하지 못한 경위
8보고누락을 한 실무자들의 이유와 관행 수준
9합조사 조사 중 군사기밀의 언론사 유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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