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혼선… 방탄국회… 청탁논란… 뭐하는 巨與?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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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침이 무섭다.”

자고 나면 터지는 여권 내의 잇단 악재(惡材)에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5월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직무복귀 이후 여론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한 채 여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내리막길로 줄달음질치고 있다. 김혁규(金爀珪) 의원 총리지명 논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이라크 추가파병 혼선, 김선일씨 피살사건, 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 교수임용 청탁 의혹, 열린우리당 장복심(張福心) 의원 금품로비 의혹 등이 지난 한 달여 동안 꼬리를 물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 스스로 이를 “창당 이후 최대 위기”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아직도 먼 시스템 안정화=노무현 정권은 ‘실험 정권’이다. 그만큼 과거의 틀로는 해석이 어렵다. 당정은 분리됐고, 당은 또 원내외로 나눠졌다. 과거 1인 지배의 보스정치에 대한 반동에서 여권 내 힘이 분산됨으로써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위기시 당을 추스를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당과 청와대가 정책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당은 당대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152명의 의원이 제각각 목소리를 낸다. 이에 따라 당과 청와대간 조율이나 소속의원간의 공감대 형성은 지극히 어렵다. 또 청와대가 정무 기능을 포기함으로써 의사소통의 효율성이나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지게 됐다. 이라크 추가파병과 같은 주요 현안을 둘러싼 혼선이 여기서 비롯됐다.

특히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는 위기관리 능력은 낙제점이다. 정부의 촉수(觸手)여야 할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져 문제가 터져야만 허둥지둥 나서서 외양간을 고치는 상황이다. 김씨 피살사건은 정부의 일상적 관리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컨트롤타워’ 부재=당과 정부에 현안에 대한 판단을 해줄 핵심 그룹도 없다. 노 대통령은 개혁적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이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에서 나타난 노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개혁의 후퇴’로 비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실용주의와 개혁주의 사이에서 여권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4월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어렵게 합의를 도출해냈던 ‘실용주의’ 노선도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여권은 지금 보수와 진보, 양측의 지지층이 동시에 이탈하는 이반현상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워크숍에서는 당 시스템 작동 여부를 놓고서도 엇박자를 보였다.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은 “조율되지 않은 얘기들이 터져 나오는데 당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은근히 초선 의원들을 겨냥했으나,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의원들이 당으로부터 아무런 통제나 개입을 받지 않고 잘해 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개혁’과 ‘도덕성’의 딜레마=개혁의 추진력은 추진 주체의 도덕성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비례대표 로비 의혹이나 교수임용 청탁 스캔들은 도덕성의 바탕을 흔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108명이 초선 의원. 여기에다 4·15총선 과정에서 오직 총선 승리를 위해 무더기로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개중에는 검증되지 않은 인사도 적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당이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 때문에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작업에 적극 나설 수도 없다는 점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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