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6월17일 아닌 5월31일 피랍…정부 3주동안 전혀 몰랐다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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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단체가 살해한 가나무역 김선일(金鮮一·34)씨의 납치 시점이 당초 알려진 6월 17일보다 훨씬 이른 5월 31일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23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납치시점을 처음엔 6월 17일이라고 했다가, 두 번째는 6월 15일, 세 번째는 5월 31일이라고 진술했다”며 “김 사장의 세 번째 진술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보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석방 교섭문제에 관해 협의했던 아랍인 변호사가 10일경 납치 사실을 이라크 경찰과 한국 대사관에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최 차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알 자지라 방송이 나간 21일까지 3주 동안이나 김씨의 피랍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여야 정치권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납치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최 차관은 “미국이 정보를 김 사장에게만 알렸다는 얘기가 있어 어제부터 경위파악에 나섰다”며 “주한 미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대사관 직원도 ‘CNN을 통해 알았다’고 답변했다”고 한미간의 ‘정보공유 이상설’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납치 단체가 제시한 최종 협상시한 직후인 22일 오전 3∼4시경(한국시간 오전 8∼9시) 살해됐다고 현지 미군 군의관이 확인했다.

한편 김 사장은 22일 외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씨가 5월 31일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근처의 미군기지 리지웨이로 갔으며, 6월 10일경 무장 단체에 억류돼 있음을 알았다”며 “김씨와 동행했던 이라크 경호원 후세인은 아직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 현지 직원과 변호사를 동원해 자체적으로 석방교섭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무장단체측이 18일 김씨 석방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대사관에 신고하는 것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김씨 살해 소식을 접한 직후인 23일 오전 2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김씨 사망에 애도를 표하고 △파병 방침 불변 △반인륜적 테러 강력 규탄 △이라크 체류 국민의 신속한 철수 △김씨 시신의 조속한 국내송환 △합동수습 대책반 구성 등 5개항을 결정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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