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재계 회동]재계 “오늘은 듣고싶은 얘기가 많아”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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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그룹 총수들은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과거 어느 때보다 사전 준비에 시간을 할애했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을 앞두고 재계에 “막연하게 경제위기만을 강조하지 말고 투자 활성화의 장애물과 규제로 인한 투자포기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각 그룹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에 도착한 대기업 총수들은 기자들과 만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와 노사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은 “청와대와 기업은 당연히 화해하고 화합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 기업 사회 전부가 화합해야 한다”고 ‘화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은 “오늘은 하고 싶은 얘기보다 듣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박삼구(朴三求)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오늘 각 그룹이 투자 걸림돌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준비해왔다”며 “투자 활성화의 첫 걸림돌은 노사문제이고, 두 번째는 방만한 투자인데 지금은 방만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밝혔다.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대통령이 두 달 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을 텐데, 단기적으로 경제를 부양하는 대책은 큰 효과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위해 연구한 것을 주장해 10년, 20년 후에 당시 주장이 맞았다는 칭송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에서 재계에 줄 선물이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물을 주려면 공정거래위원장이 줘야지”라고 받아넘겼다.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투자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틀린 얘기다. 시장의 룰을 만드는 것이 투자를 가로막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투자 활성화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하는 등 분주한 모습. 삼성은 올해 투자금액을 당초 15조원에서 19조원으로 26.7% 늘리는 등 정부의 투자 확대 요청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

삼성은 27일 이순동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투자확대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LG 구 회장은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각 회사의 투자계획 등을 직접 점검했다.

구 회장은 그룹 내 전자부문 계열사들이 2010년까지 연구개발(R&D)에 10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계획을 이날 밝힐 예정.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鄭夢九) 회장은 대선자금 수사가 종결된 21일 오후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4일간 청와대 회동을 준비했다는 후문.

정 회장은 귀국 직후 고위 임원들을 수시로 불러 현대차의 현안에 대해 보고받고 대통령과 대화할 소재를 찾았다는 것.

현대차 임원들은 “현대차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가 되살아나고 노사 관계가 안정돼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되살리고 근로자도 상생의 노사 문화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 판결 이후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청와대 모임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최 회장이 옛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로 아직 재판을 받는 상태인데 대통령 초청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심했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최 회장이 SK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 부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참석하기로 했다는 후문.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오후 15개 그룹 총수와 3개 경제단체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를 모아 국민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총수들은 지난해보다 투자를 대폭 늘려 경제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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