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국민 관심 쏠린 소수의견 끝내 함구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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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의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밝히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헌재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논란을 빚어 왔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소수의견 개진 문제는 ‘관련법상 근거가 없다’는 헌재의 법리 해석에 따라 ‘비공개’로 매듭지어졌다. 헌재는 14일 이 사건에 대한 선고를 끝낸 뒤 A4용지 9장 분량의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법 34조 1항은 재판관 평의(評議)를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문에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예외 규정이 있어야 하지만 탄핵 심판에 관해서는 그런 규정이 없다는 게 그 핵심. 따라서 재판관 개개인의 의견은 물론 각각의 의견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1949년 법원조직법이 제정된 이후 꾸준히 유지돼온 원칙이며 헌법재판에 관한 우리나라 법률의 역사나 현행 헌재법 제정 당시의 논의 상황 등도 두루 고려해 내려진 법리 해석이라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헌재는 또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평의 비밀유지’의 법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법관법 43조는 합의와 표결의 경과에 대해 비밀을 지킬 것을, 일본 재판소법 75조도 ‘재판관들의 합의를 통해 결론이 내려지는 합의체 재판부의 평의는 비밀로 해야 하며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 일부 대법원 판결문에 개별 대법관들의 의견을 밝혀 선고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평의 비밀유지에 대한 명문 규정 없이 실무 관행이라는 역사적 전통에 의해 판결을 하는 미국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특히 사상 초유의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 사건인 만큼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법리 해석으로 판단할 문제지 ‘국가적 역사적 필요가 크다’는 등의 모호한 주장에 근거해 해석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소수의견 포함 여부는 순전히 법률 적용의 문제여서 다른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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