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첫 공개변론 노 출석싸고 공방전

  • 입력 2004년 3월 30일 17시 03분


코멘트
"대통령은 마땅히 출석해서 진솔한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출석은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김기춘(金淇春) 소추위원)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의 출석은 방어를 위한 권리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탄핵사유의 내용을 봐도 피청구인이 직접 출석해야할 어떤 필요도 없습니다." (대통령 대리인단 하경철(河炅喆) 변호사)

3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제동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공개 변론 기일에 마주선 양측은 먼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김 소추위원. 그는 "대통령의 불출석은 헌재의 권위와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며 "다음 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하도록 헌재가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대리인단의 하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정지까지 시키는 탄핵의결 과정에서 적절한 증거조사나 의견 진술 기회도 주지 않고 이제 와서 신문을 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통령이 출석하면 법리공방을 해야 할 헌재 법정이 정치공방의 자리가 된다"고 맞섰다.

다음달 2일로 정해진 2차 변론 기일을 놓고도 공방은 계속됐다. 김 소추위원은 대통령측 답변서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데다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다음달 2일부터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자신도 지역구(경남 거제)에 출마해서 물리적으로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도 들었다. 반면 노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조속한 기일 지정에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앞으로도 신속한 심리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

변론은 노 대통령이 불출석함에 따라 2차 기일만 정한 채 15분 만에 끝났지만 법정에 마련된 150석의 좌석은 양측 대리인단과 취재진, 일반 시민들로 빈틈없이 가득 메워져 이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 헌재는 112석의 방청석 가운데 56석을 일반인들에 선착순으로 배정했는데, 시민들은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이날 새벽 6시부터 헌재 정문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헌재는 대심판정과 재판관실 등에 대해 보안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도청 방지장치까지 설치했으며, 서울경찰청과 종로경찰서 등에서 2개 중대와 1개 소대의 경찰 병력이 헌재 주변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청사에 속속 도착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사무실로 향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