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합의 없는 北송금 불법” 大法 유죄확정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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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북송금 사건에 개입한 관련자 4명에 대해 26일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사법적 심사절차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시작된 뒤 1년간 대북송금의 통치행위 여부 등과 관련해 뜨거운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던 대북송금 사건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판결 의미=대법원은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대북송금의 통치행위 여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통치행위인 만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대북송금 행위는 실정법을 어겼기 때문에 사법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치행위란 국가기관의 행위 중 국가나 민족 전체의 운명과 관련된 고도의 정치적 행위. 통치행위론은 법원이 통치행위의 효력에 대해 스스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한다는 이론이다. 지난해 1월 문희상(文喜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만일 통치행위 차원에서 한 일이었다면 국익 등을 고려해 덮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통치행위론’ 논쟁이 불거졌다.

대법원은 또 남북교류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국민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비밀송금을 한 결과 국론이 분열되고 현재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소 진통이 따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실정법 범위 안에서 대북송금을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정치적 선택의 한 방법일 수 있었다”고 적시했다.

이는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아무리 긴급하더라도 실정법이 정한 적법 절차를 지키고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망=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 4명에 대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이 사건으로 기소된 8명 중 6명의 형이 최종 확정됐다.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사망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지난해 법원에서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다.

이들의 형이 확정돼 사면·복권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춤에 따라 앞으로 특별사면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월, 5월 26일 석가탄신일에 맞춰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대북송금 사건 관계자 6명에 대해 특별사면 단행을 검토했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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