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탄핵방송 편파시비 또 결론 못내려…“방송위, 직무유기”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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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위원장 남승자·南勝子)는 24일 편파 시비를 빚고 있는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재심의했으나 제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의위는 언론 및 방송 관련 학회 등 외부전문기관에 탄핵 방송의 편파 시비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으며 그 결과는 4월 총선 직전이나 총선이 끝난 뒤 나올 전망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한 2주일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방송의 편파 보도 가능성에 대해 기준을 제시해야 할 방송위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랜 격론 끝에 엉거주춤=심의위원 7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반 동안 ‘탄핵방송’의 편파 논란에 대해 고성이 오고가는 등 격론을 벌였다.

방송위 사무처는 이날 시청자들의 지적을 토대로 ‘탄핵 방송’의 편성 과다,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특히 방송사가 탄핵 방송을 중복 편성해 오래 반복함으로써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보도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그러나 심의위는 공정성 평가기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안건 토론은 하지도 못한 가운데 편파 여부를 외부기관에 의뢰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탄핵 방송’이 역사적으로 중요한데다 매우 민감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어 정교한 분석 결과에 따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심의위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12일 정오부터 13일 자정까지의 프로그램 외에 이후 탄핵을 다룬 개별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매주 수요일 전체회의에서 심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방송사 직무유기=표철수(表哲洙)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은 심의위의 이날 결정에 대해 “방송사는 언론사로서 편집권과 편성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도 내용을 심의하려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우룡(金寓龍)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심의위가 방송사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몫을 못하고 직무 유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부 분석을 의뢰하는 것은 시간벌기일 뿐”이라며 “심의위는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려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방송사들이 왜곡 편파보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심의위원들이 외부 전문가들에게 결정을 미룸으로써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탄핵 방송’의 내용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위의 결정이 미뤄지면 심의가 의미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심의위의 한 관계자도 “위원들 사이에서도 탄핵 방송의 편파 여부에 대한 분석을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문제를 놓고 ‘왜 우리 일을 외부에 미루느냐’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

방송위원회 산하 기구로 지상파 방송의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사후 심의한다. 이 위원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심의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해 방송위원회에 건의한다.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 위윈
위 원경력
남승자(61)전 KBS 보도본부 해설위원
장효상(67)전 포항 MBC 사장
김동호(61)전 언론중재위원회 전문위원
안길모(60)동아방송대 방송보도과 교수
이창근(53)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백윤기(49)변호사
신종원(43)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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