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결정시기 촉각…‘경우의 수’ 따라 총선판 요동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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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헌법재판소 첫 평의를 시작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본격화됨에 따라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시기와 방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의 결정은 집중심리제 도입 등으로 인해 신속하게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각 당은 결정 시기가 총선 전이냐 후냐, 내용이 기각이냐 인용이냐는 4가지 경우를 상정해 득실계산 및 총선 이후 정국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총선 전=총선 전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일단 야당이 무리하게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는 비판 여론이 다시 비등하면서 야당이 총선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탄핵 반대에 쏠려 있는 70% 가까운 여론이 그대로 열린우리당의 득표율로 연결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탄핵 찬반논의의 향방 자체도 탄핵심판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다 실제 투표에서는 ‘친노(親盧)냐 반노(反盧)냐’는 입장 외에 개별 후보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복잡한 표심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에서는 기각시 ‘무소불위’가 될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해 오히려 여야간 세력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하게 나온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은 “포퓰리즘에 의한 대중독재와 열린우리당 1당독재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에서 보듯 야당에도 일정한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헌재가 총선 전 탄핵 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치적 법적 승리자로 정당성을 인정받는 셈이 된다. 따라서 탄핵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지금보다는 해볼 만한 승부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상임중앙위원은 “동정여론과 승리한 야당에 대한 견제심리 발동으로 열린우리당 의석이 늘 수도 있지만, 탄핵 결정 직후 총선이 치러진다면 ‘시대가 바뀌었다’는 정서가 열린우리당 동정론을 압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총선 후=총선 이후에 결정이 날 경우 총선 전 결정 때보다는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후 기각됐을 경우 노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개혁 작업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는 데 별 이론이 없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이 경우에도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됐던 대통령이라는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해 일방적인 힘의 우위를 과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은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종전보다 더 심하게 국회 무시나 포퓰리즘으로 치달으면 정치 불안이 심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반대로 기각이 돼도 노 대통령이 진지한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는다면 본인이나 정치발전에 큰 학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총선 후 탄핵 결정이 나면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와 함께 내각제나 분권형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개헌을 하게 되면 총선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야당 관계자들은 “60일 이내 다시 선거하면 되는 것이지 국가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탄핵소추 의결 직후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에서도 여권이 주장했던 국가혼란은 없었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총선 전이든 후든 총선 결과에 별 손해는 없을 것이다”는 시각이다. 탄핵 정국에 따른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급상승은 헌재의 결정 시기는 물론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헌재 결정이 늦어질 경우 야권의 정치공세기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 있어 별로 유리할 게 없다”는 견해가 다소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총선 전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총선을 노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재신임으로 인식하는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첫 평의가 18일 열렸다. 이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운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등 주요 3당 대표는 각종 당내 회의를 주재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는 헌재의 결정과 총선의 상관관계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수기자·김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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