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1주년 국제회의]“금융불안이 한국경제 걸림돌”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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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재정경제부 주최로 열린 ‘참여정부 1주년 국제회의’에서 해외의 경제전문가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박경모기자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재정경제부 주최로 열린 ‘참여정부 1주년 국제회의’에서 해외의 경제전문가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한 ‘동북아의 변화하는 리더십 하에서의 참여정부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국제회의가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재정경제부 주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해외의 경제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안과 노동시장 경직성을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로 꼽았다. 특히 한국 정부의 미숙한 시장 개입과 정책 혼선이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변화하는 세계, 역동과 기회의 한국’이라는 제목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권력과 재계의 유착, 권력과 언론과의 유착관계가 해체되고 있다”며 “임기 중에 우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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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스턴 “노사관계 예측 가능해야 투자”

노 대통령은 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7대 전략으로 △과학기술 혁신 △시장개혁 △노사관계 선진화 △능동적인 개방정책 △지역 균형발전 △민생 안정과 복지 확충 △정치 사회 혁신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해외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가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버텨왔지만 정부의 미숙한 시장 개입과 정책 혼선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영국 ‘피치’의 브라이언 컬튼 아시아지역본부장은 “신용카드사들의 부실은 정부가 시장에 잘못 개입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고 전제하고 “정부가 신용카드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한 것은 인정하지만 감독당국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미숙한 규제와 감독으로 인해 카드 부실이 거시경제적 충격과 일반 소비 위축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버튼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도 “카드사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문제와 관련해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발전적인 노사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널드 앤더슨 AIG 한국·일본 회장은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등 해외 인사 19명과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 등 국내 인사 5명이 참석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盧 “1년간 불법분규 60%감소” 自讚▼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주장해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27일 ‘참여정부 1주년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7가지 전략 과제를 제시하면서 노사 관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과제’가 아닌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작년 6월 ‘참여정부 100일 국제세미나’에서 1∼2년 내에 선진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며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불법분규는 60% 감소했고 근로손실일수도 20%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노 대통령의 설명과는 크게 엇갈렸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불법파업 누계와 같은 숫자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노 대통령은 참모들이 올려준 자료만 보지 말고 일반 이코노미스트의 지적과 비판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로널드 앤더슨 AIG 한국일본 회장도 “외국인들은 한국 투자의 장애 요인으로 노동시장을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달 17일 산업자원부가 내놓은 ‘2003년 노사분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 분규에 따른 제조업 부문의 생산 차질액은 2조4972억원, 수출 차질액은 10억5300만달러로 전년보다 각각 45%와 73% 급증했다.

또 KOTRA 산하 외국인 투자유치 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가 작년 12월 외국인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노사관계가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지난해 노 대통령은 노조측에 가면 사측을 비방하고, 사측에 가면 노조를 비판하는 등 노사정책의 철학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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