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지 과연 안전한가

  • 입력 2004년 2월 25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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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방부는 파병지인 이라크 키르쿠크의 치안 상황에 대해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내부적으론 파병장병교육용 비디오를 통해 '종족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어 테러위험이 매우 높다'고 강조한 상태다.

국방정보본부에 따르면 키르쿠크는 이라크 내 소수민족(17%)인 쿠르드족이 주민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 때문에 아랍족 및 투르크만족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이라크평화재건사단에 군 대테러요원들을 포함시킨 것도 종족 갈등으로 인해 종족 상호간의, 또는 우리 군에 대한 테러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방부는 치안유지를 키르쿠크 현지 군경(軍警)에 맡길 방침이지만 급조된 키르쿠크 군경들이 종족 간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파병 초기 현지 치안유지 활동의 상당 부분을 우리 장병들이 수행해야 되는 셈.

국방부는 치안유지 활동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테러단체 소탕작전까지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파병 초기 한국군을 시험해보고 자신들의 반(反)연합군 활동을 선전할 테러단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군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려면 테러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파병부대가 군 작전에 필요한 정보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랍어에 능통한 요원, 아랍권 내부의 첩보원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테러단체들의 최신 동향, 테러단체의 키르쿠크 유입 여부, 종족간의 유혈 충돌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는 미군에 의지해야 한다.

23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자위권 차원의 교전수칙(말로 경고→공중사격→조준사격)도 실제 작전에서는 적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종족 간의 총격전 시 한국군이 과연 말만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자위권 차원의 대응 사격이라도 특정 종족에 대한 공격이 가져올 파장, 만에 하나라도 인질 사태가 일어났을 때 미국처럼 테러에 대한 비협상 노선을 지킬 수 있을지 등도 국방부의 고민거리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 박사는 "군은 이번 파병에서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파병 문제는 이제 국방부나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 사안이 됐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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