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해야…" 위조CD 파문 확산

  • 입력 2004년 2월 6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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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5일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과 통장 계좌번호까지 제시하며 1300억원에 달하는 괴자금이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 CD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 법사위에서 “이달 18일에 만기가 되는 100억원짜리 CD가 명동 사채시장에서 85억원에 할인 판매되는 과정에서 내게 노출됐다”면서 CD 사본을 제시한 뒤 “이를 거꾸로 추적한 결과 이 자금을 포함해 K증권의 13개 계좌에 분산 은닉돼 있는 1300억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계좌는 최도술, 이영로씨와 가깝게 지내는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모 은행지점장출신이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세탁 중”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이 돈이 정상자금인지, 당선축하금인지, 열린우리당 창당자금과 총선자금인지를 밝히라”고 말해 노 대통령과 관련된 돈임을 강력히 암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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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 의원이 제시한 CD 사본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K증권이 원본이라고 제시한 CD를 홍 의원의 CD와 비교한 결과 △증서용지 △글자체 △명판 △직인 △책임자 도장 등이 달랐고 금액란 밑에 무색 잉크로 기재된 암호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K증권측은 “CD 구입자는 노 대통령측과 무관한 기관투자가로 800억원어치를 정상적으로 중개했다”고 밝혔다.

CD를 발행한 하나은행도 “당시 100억원짜리 CD 13장을 발행한 것은 사실이나 홍 의원이 입수한 CD는 지난해 10월 위변조된 CD로 이를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5일 “그 13개 CD와 계좌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1300억원이 예치된 것도 확인했다”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6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노 대통령과 관련된 돈이라고 단정한 바는 없다. 그냥 관련된 돈이라고 들었다는 얘기였다”면서 “그래서 진위 여부를 대통령이나 특검에서 밝혀달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한발 후퇴했다.

홍 의원은 이어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CD의 위조여부만 문제 삼는데 그 CD의 계좌번호는 실제로 존재하며 나머지 계좌번호도 갖고 있다”면서 “해당 CD가 진본은 아니어도 그 계좌가 존재하는 것은 틀림 없고 그 자금의 성격도 모호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이다. 오늘 중으로 특검에 관련자료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이 같은 발언소동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물론 각계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 ‘image3993’는 “이 기회에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면서 “의원으로서 의무는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찾아먹는다”고 비난했다. ‘최상근’씨도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국민들에게 혐오감과 짜증만 나게 한다.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국회의원이라면 폭로하기 전에 진위를 파악하라”고 요구했다.

'daabaa'는 "무책임한 폭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홍준표 의원을 사법처리하라!!"고 주장했다. '백형근'씨도 "정말로 한심하다. 그럴수록 표는 날아서 우리당으로 가버린다. 4월이 기다려진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위조CD 파문으로 당이 입을 피해를 우려하며 ‘무분별한 폭로공세는 지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한나라당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모두 고심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화시킬까봐 걱정된다”면서 “네거티브 전략으로 노 대통령을 아무리 때려도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증명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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