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대통령사돈 알려진 뒤 ‘돈벼락’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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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3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민경찬 펀드’의 모금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민경찬 게이트’의 실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자금 청문회를 실시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이 이날 금감원 신해용(申海容) 자산운용감독국장을 방문한 직후 발표한 펀드 모금 과정은 신 국장이 지난달 30일 시내 한 호텔에서 1시간40분 동안 민씨를 만나 조사한 결과에 근거를 둔 것이다. 민씨에 대한 신 국장의 대면조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유모 과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모금 및 관리 주도한 6, 7인은 누구=653억원을 투자받아 관리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6, 7인의 신원에 대해 민씨는 함구했다. 단지 ‘가까운 사람’이라고만 진술하고 이들의 구체적 이름은 끝까지 언급하지 않아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 민씨는 “늘 상의하고 5억, 10억원 단위로 끊어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투자목적이나 사업설명서 하나 없이 무려 653억원을 모금하게 된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인물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이들이 수시로 대책회의도 했다는 점에서 ‘7인 대책회의’라고 부르기도 했다. 신 국장은 이들이 주로 투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 유도와 법망 피하기 의혹=조의원은 “처음 100억원을 모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얘기가 알려진 이후로는 ‘눈먼 돈’이 ‘묻지마 투자’ 식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로 미뤄볼 때 ‘7인 대책회의’ 멤버 중 누군가가 민씨가 노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홍보했을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민씨가 “전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10원짜리 하나도 건지지 못해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사람으로 (47명의 투자자가) 구성돼 있다”고 말한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들이 금감원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은 데 대해 조 의원은 “뮤추얼펀드라면 6개월 안에 20억원 이상, 50인 이상이 투자하면 무조건 신고해야 하는데, 법망을 피하기 위해 7인 대책회의가 투자자를 47명으로 줄인 것 같다”고 분석한 뒤 “실제로는 50명을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자금 의혹 제기=민주당이 모금 목적과 관련해 비록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총선자금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조 의원은 “목적이 불분명한 돈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총선자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민씨가 당초 시사주간지 인터뷰에서 “돈을 돌려주고 싶어도 계약서가 있어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가 금감원 조사에서는 계약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도 자금의 목적이 순수한 투자사업으로 볼 수 없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민경찬 펀드는 대선잔금일 가능성도 있다. 이 돈을 마땅히 둘 데가 없어 투자금 형식으로 포장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혹의 사채업자 김모씨=민주당이 민씨에게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연결시켜준 것으로 지목한 광주 출신의 사채업자 김씨도 주목받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민주당은 “김씨야말로 사건의 핵심이다”며 청문회에서 구체적 폭로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씨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 선릉역 주변과 명동 일대 사채시장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익명을 요구한 명동의 사채업자 P사장은 “이번에 논란이 된 펀드는 특정 투자처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채시장에서 돈을 모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보안을 중시하는 사채시장의 특성상 김씨가 가명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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