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교수 인터뷰,“수도이전 한반도 공간전략에 안맞아”

  • 입력 2004년 2월 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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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략과 차이나 프로젝트.’

김석철(金錫澈·62) 명지대 건축대학장이 요즘 쓰고 있는 책 제목이다. 한반도 발전의 축이 ‘미국-일본-한국’에서 ‘중국-한국-일본’으로 옮아가는 일대 전환기에 ‘황해공동체’ 경영의 비전을 담을 예정이다. 수도 이전과 새만금 문제도 이런 시야에서 다뤄진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학장은 수도 이전에 대한 걱정으로 운을 뗐다.

“처음엔 일과성 선거전략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해선 안 되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혼란만 생길 뿐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현 대통령의 선거공약 아니었나?

“특정지역 유권자 80∼90%가 특정 후보를 찍은 게 수도 이전에 찬성해서인가? 난 도시공학자로서 수도 결정을 이런 방식으로 집계된 여론에 맡길 수 없다. 수대의 한국민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안을 어찌 그리 결정하는가.”

―왜 반대하나?

“첫째, 한반도 국토 재편전략에 어긋난다. 베이징-상하이-랴오닝성-한국-오사카로 이어지는 황해공동체가 세계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해공동체의 도전과 기회에 대응하려면 수도권, 중부권, 남해권, 동해권 등 한국의 4개 지역경제권 각각이 지금보다 더 커지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수도권 경쟁력을 중부권이 나눠먹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둘째, 수도권이 그나마 갖고 있는 경쟁력을 파괴한다. 베이징 상하이 오사카와 겨뤄 더 많은 다국적기업을 끌어들이는 경쟁력 말이다. 수도 이전은 정치 군사 외교의 중심이동이다. 자연히 경제도 따라간다. 황해공동체를 주도할 역량을 갖추려면 수도권은 확대 강화돼야 한다. 동시에 중부권도 그만큼 스케일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수도 이전은 전례가 없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권력 재편을 위한 수도 이전’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근대 이후 수도를 옮긴 나라는 다들 식민지 독립국이다. 식민정권은 본국으로의 물자 수송 필요에 따라 해안에 수도를 세웠다. 독립 후 민족주의자들이 차별화와 국론통일을 위해 국토의 중간으로 수도를 옮겼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됐다.”

새만금 공사 재개 결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새만금에 농지를 조성하는 것은 절대 해답이 아니며, 그렇다고 공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손도 대지 말라’는 환경론자들의 주장도 어리석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이렇게 대안을 제시했다.

“외계인이 한반도를 차지하고 앞으로 1000년을 산다면 어떻게 했겠느냐? 공사는 계속하되 마지막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 전북도의 희망대로 영농단지와 담수호를 조성하고 백두대간-호남평야-만경강 동진강-황해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도 이어지게 하자. 그 위에 황해경제권의 물류기지 및 공동시장 역할을 하는 ‘새만금 바다도시’를 세울 수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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