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검토지시 안팎]울산 국립大 설립 현실성 있나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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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9일 울산에 국립대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울산 시민들의 10년 숙원사업이 해결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은 인구 규모에 비해 대학이 적어 대학을 추가로 설립할 필요성은 있지만 지방대의 신입생 모집난 등 난제가 만만치 않다.

▽‘교육 불모지 울산’=인구 110만명의 광역도시인 울산에 4년제 대학은 사립 울산대뿐이다. 인근 부산 경남 지역(인구 680만명)에 교육대를 포함해 국립대만 9개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민들은 ‘국립대 설치 범시민추진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 1992년부터 국립대 유치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울산시는 “매년 1만3000여명의 대학 진학 희망자 가운데 60%선인 약 8000명이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재학생 5000명 규모의 국립대를 신설하려면 230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울산 주민들은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 대학으로 자녀들을 진학시킴에 따라 해마다 1208억원의 추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국립대 설립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성은 있나=교육인적자원부는 지방에 국립대를 추가로 설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학 수가 크게 늘었지만 고교 졸업생 수는 점점 줄고 있어 신입생 확보가 어려운 지방대들이 존폐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수는 △2000년 76만4712명 △2001년 73만6171명 △2002년 67만713명 △2003년 59만413명 등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입학 정원은 △2000년 71만2775명 △2001년 71만3270명 △2002년 72만3283명 △2003년 74만1685명 등으로 늘어났다.

지방 국립대도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어 지역별로 유사 또는 중복 영역의 통폐합 등으로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통합 또는 연합하는 국립대에 행정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 설치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대안은 없나=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것은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인근 부산 경남 지역 국립대를 이전하거나 울산에 제2캠퍼스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이전은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져야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 지난해 부산 부경대가 울산으로 캠퍼스 이전을 추진하다가 구성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또 각 대학이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제2캠퍼스를 설치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울산에 국립대가 설치되기까지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을 앞두고 울산 시민들에게 말로만 선심을 쓰고 끝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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