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주외교` 파장]美 “연합사-유엔사 南下 관철”

  • 입력 2004년 1월 16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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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질을 초래한 ‘자주외교’ 논란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문제에 관해 15, 16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시작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6차회의에서도 갈등기류는 역연하게 감지된다.

한국측 대표인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용산 국방부 단지 내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령부를 남겨둘 것을 미국측에 요구했으나 미국은 사령부를 이전하되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사무실, 50여명의 업무협조단만을 남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3의 절충안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측이 자신들의 안을 계속 주장하면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은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사안이지만 그동안 실무협의 과정에 ‘자주외교’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큰 궤도수정을 거듭해 왔다.

정부는 이번 미래한미동맹 회의에서 국회의원 147명이 제출한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이전 반대결의안을 미측에 설명하고, 국민의 안보공백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국방부 주변(compound)에 연합사 지휘부와 연락사무소를 남길 것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유엔사와 연합사를 한강 이남인 경기 평택으로 옮기는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주외교 논란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연계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잔류부지 문제를 두고 미국은 ‘옮기겠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이를 만류하는 척하면서도 ‘갈 테면 가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당초 지난해 4월 용산기지를 2006년까지 이전하되, 연합사와 유엔사는 국방부 주변에 잔류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잔류부지 규모를 두고 연합사와 유엔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미군의 시설 기준에 맞춰 28만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우리는 17만평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한국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연합사와 유엔사를 모두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부도 이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판단에는 어차피 용산의 미군이 다 빠져나가는 마당에 굳이 연합사 등이 필요하겠느냐는 생각과 군사안보면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며 “여기에 굳이 미국만을 따라다녀야 되겠느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으로 미군의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이 없어지면 안보공백이 생긴다는 ‘동맹파’의 주장이 제기됐지만 미국 입장을 돌리기엔 늦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을 다시 돌리기에는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이라크 파병 규모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본 미 실무자들은 한국의 동맹파와 얘기해봤자 결국 정책결정 과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협의를 통해 용산기지 및 연합사 이전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완전히 정리될 전망이다.

다만 이런 자주외교의 행보가 주한미군의 공백에 따른 국민의 심리적 안보불안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유엔사와 연합사 등의 이전에 정부가 동의하는 것은 두고두고 현 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호놀룰루=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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