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직원 징계 파문]‘용산기지 협상 갈등’이 발단된듯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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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간부의 발언 파문에 대한 청와대의 징계 움직임이 13일 구체화되자 외교부 직원들은 징계 범위와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의 조사 결과 문제의 발언은 조현동 북미3과장이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징계 범위가 국장급 등 윗선까지 확대될 경우 외교부 전체 조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외교관은 “발언이 사석(私席)에서뿐만이 아니라 공식회의에서도 이뤄졌다는 청와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중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회의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닌 내부 회의가 아니냐”며 “정책추진 과정에서의 시각차에 대한 불만을 징계하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외교부 내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경에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에 관한 외교부 내의 갈등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해 북미국이 “한미간 합의문서(1990년)에서의 손해배상 등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새 협정안을 마련함으로써 조속히 기지를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약국에선 “이전비용 부담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이처럼 이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자 청와대가 조정작업에 나섰고 결국 북미국 중심의 안이 정부 협상안으로 확정됐다.

이 밖에 청와대로부터의 외풍(外風)도 NSC와 외교부간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이 “(파병) 협상을 하려면 그쪽(미국) 생각을 정확히 알고 가야 한다”고 말하자 일부 언론은 ‘파병 협상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부에 지속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위 국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부의 징계는 파면 보직해임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어 어느 선에서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발언자의 경우 보직 해임 조치를 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그의 발언에 동조한 다른 직원들까지 보직 해임을 한다면 안정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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